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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무더운 여름 유럽서 콜라ㆍ맥주도 못 마실라... 탄산가스 공급난에 식품업체 ‘비상’

입력
2018.06.27 17:05
수정
2018.06.27 21:5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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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 케티 이미지 뱅크
탄산음료. 케티 이미지 뱅크

유럽에서 때 아닌 탄산가스 공급 차질로 여름철 성수기를 기다리던 식품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및 유럽대륙 전역에 지난 주부터 탄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관련 업체들이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체로 존재하는 이산화탄소(CO2)를 지칭하는 탄산가스는 콜라, 사이다 등 청량음료는 물론이고 맥주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다. 고체상태 탄산가스인 드라이아이스는 샐러드ㆍ육류ㆍ생선류 등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냉장재로 활용되는 등 용도가 폭넓다.

갑작스런 탄산가스 공급난은 프락자이어, 에어리퀴데 등 유럽지역 액체탄산가스 메이저들이 예고 없이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탄산가스는 비료원료인 암모니아 제조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데 올 들어 암모니아 가격이 하락하면서 비료업체들이 프락차이더 등에 탄산가스 공급을 감축하면서 촉발됐다. 당초 5대 업체가 탄산가스를 생산했지만, 원료공급이 끊기면서 2개 업체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탄산가스 공급난으로 유럽의 대형 식품유통업체 부커는 소매상들에게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맥주를 10박스, 청량음료는 5박스로 제한했다. 영국 최대 식료품 유통업체 오카도는 냉동식품에 대한 판촉을 중지하고 고객들에게 신선 식품을 구매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냉장재인 드라이아이스 부족으로 냉동식품 장거리 배송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대형 슈퍼체인인 모리슨스도 냉장식품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식음료ㆍ주류회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80곳의 거래처를 갖고 있는 영국 중부지방의 소규모 식음료업체인 홀덴은 지난 주 금요일부터 공장가동을 멈췄다. 하이네켄 계열사 존스미스의 대표맥주인 존스미스스미스와 암스텔도 탄산가스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생산차질이 생겼다. 코카콜라 역시 제품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류 및 가금류 가공업체도 위기에 몰렸다. 탄산가스가 돼지, 닭 등 도축에 쓰이는 가스총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매주 6,000마리 가량의 돼지를 도살하는 스코틀랜드의 브레친돼지도살장은 26일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닭고기 가공업체 투시스터스는 지난 주부터 가스총 대신 작업 시간이 긴 전기충격 방식으로 도살하고 있다. 영국 가금류협회(BPC)는 “탄산가스 공급난으로 전체 공장의 60%가 수일 내 문을 닫을 판”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7월초면 정상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동물복지’를 주장하는 육ㆍ가금류 가공업체와 대형 식음료 업체에 먼저 공급될 가능성이 높아, 중소업체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와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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