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왕국’ 아이슬란드가 첫 본선무대였던 2018 러시아월드컵 여정을 마쳤다. 아이슬란드는 27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D조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크로아티아에 1-2로 패하면서 1무 2패(승점 1)를 기록,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비록 승리는 없었지만 인구 34만 명의 소국을 대표해 나선 23명의 선수들은 마지막 경기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 투혼을 불사르고, 서로를 독려하며 멋진 동화 한 편을 써냈다. 치과의사 출신 감독, 영화감독 출신 골키퍼, 현직 소금 포장 공장직원 수비수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16일 우승후보로 꼽힌 아르헨티나와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화려한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여름평균 10도, 겨울평균 1도의 추운 날씨 등으로 밖에서 축구 할 수 있는 기간이 연중 4개월밖에 되지 않고, 자국 리그조차 없어 대부분 ‘비자발적 해외파’가 됐다가 월드컵을 위해 모인 이들에게 아르헨티나는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전반 19분 세르히오 아구에로(30ㆍ맨체스터 시티)에 선제골을 내준 아이슬란드는 4분 뒤 알프레드 핀보가손(29ㆍ아우크스부르크)이 동점골을 터뜨리는 저력을 보였다. 아이슬란드는 골키퍼 하네르 소르 할도르손(34ㆍ라네르스)는 후반 19분 리오넬 메시(31ㆍ바르셀로나)의 페널티 킥을 막아내며 자국을 들썩이게 했다. 이날 아이슬란드 내 순간 TV시청 점유율은 무려 99.6%로, 사실상 모든 국민이 이날의 명승부에 환호했다.
첫 경기서 월드컵 무대 첫 승점을 따낸 아이슬란드는 2,3차전에서 첫 승리를 노렸으나 승리의 신은 아이슬란드를 외면했다. 23일 나이지리아와 2차전에선 후반 나이지리아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며 0-2로 패한 아이슬란드는 16강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크로아티아와 최종전에서도 전반 초반까지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하며 고전했다. 후반 8분 크로아티아 밀란 바델리(29ㆍ피오렌티나)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16강 탈락 위기를 맞은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아이슬란드 감독은, 후반 25분 수비수 라그나르 시구르드손(32ㆍ로스토프)을 빼고 공격수 뵈른 시구르다르손(27ㆍ로스토프)를 투입하며 맞불 작전을 택했다.
하들그림손 감독의 작전대로 아이슬란드는 끊임없이 상대를 몰아쳤고, 결국 후반 31분 길비 시구르드손(29ㆍ에버턴)의 페널티 킥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또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듯 했으나, 수비공백이 아쉬웠다. 경기 종료 직전 크로아티아 이반 페리시치(29ㆍ인터밀란)에 결승골을 허용하며 16강 진출엔 실패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고개 숙이지 않았다. 관중과 전 세계 축구팬들도 그들이 보여준 투혼과 승리를 향한 집념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이슬란드가 8강에 오른 유로 2016 결과는 이변으로 여겨졌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아이슬란드는 세계 어느 팀도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북유럽 강호로 거듭난 모습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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