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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세계 교역량 3분의2 감소할 것… 한국 가장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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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세계 교역량 3분의2 감소할 것… 한국 가장 취약”

입력
2018.06.27 16:20
수정
2018.06.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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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 특별강연

전경련 ‘양극화 해법’ 특별대담선 “양극화는 성장의 어두운 단면” 지적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 특별대담'에 초청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 특별대담'에 초청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과열로 전 세계 교역량이 3분의 2 가량 감소할 수 있으며 한국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들이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세계 경제성장은 경제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업적을 만들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양극화와 같은 어두운 단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7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무역전쟁은 지난 70년에 걸쳐 형성된 개방 무역질서를 와해시킨다”며 “역사적으로 보면 관세가 최대 40%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략 계산해 보면 이로 인해 세계 교역량이 지금보다 3분의 2 정도 감소해 195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세계적인 무역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과 관련해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무역거래에는 늘 패자가 있기 마련”이라며 “단지 일부 패자들을 위해 무역전쟁을 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의 유명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 데이비드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해 미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전날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폭풍이 몰아치게 되면 이는 시초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만 500만∼700만 명이 일자리를 새로 찾아야 하는 등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최근의 상황은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맞보복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세계 무역체제가 앞으로 5∼10년 안에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을 세계 경제의 악당으로 표현하며 “중국이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음은 분명해 보이며, 선진국을 갉아먹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이 국제 규범을 악용한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국가들은 규범을 잘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거듭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들이 (무역전쟁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며 “미국, 유럽연합처럼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15∼20% 정도의 수출입 감소 등이 예상돼 파장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한국의 경우 그 수치가 두 배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발 무역전쟁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자체 무역체제를 갖추고 있는 유럽연합처럼 아시아 내 연대 및 무역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 특별대담에 참석해 “1980년대 이후 세계 경제성장은 경제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업적을 만들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양극화와 같은 어두운 단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경제성장으로 전 세계 신흥 중산층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면서도 “가난한 국가들은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선진국 내에서도 근로자 계층은 소외 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미국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코끼리 곡선(Elephant graph)’을 인용했다. 코끼리 곡선은 세계화가 활발히 진행된 1988∼2011년 전 세계인을 소득 수준에 따라 100개의 분위(가로축)로 줄 세웠을 때 실질소득 증가율(세로축)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곡선이다.

밀라노비치는 코끼리 곡선 연구를 통해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중간계층과 세계 최상위 1%를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로 꼽았다. 반면 고소득국가의 중하위층은 세계화의 낙오자들로 분류됐다. 이들은 세계 최상위 1% 계층과 같은 고소득국가에 살지만, 양극화의 영향으로 실질소득 증가율은 세계 최하위 빈곤층보다 낮다고 밀라노비치는 분석했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소득 양극화의 원인은 근래 과학기술이 ‘숙련 편향적’으로 발달하면서 숙련노동자와 비숙련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가 커진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진보가 빨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이러한 임금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교육기회와 직무능력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관련 제도와 정책 보완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최한 전경련 허창수 회장은 “양극화 심화로 계층이동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 사회적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계는 양극화와 빈곤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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