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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받자고…실손보험 전산화 언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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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받자고…실손보험 전산화 언제되나”

입력
2018.06.28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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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제출 서류 일일이 챙겨야

금액 작은 경우는 포기도 많아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서류 전송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 유력 검토

진료비 노출 싫은 병원 참여 유도

개인정보 관련 의료법 개정 필요

그래픽= 송정근 기자
그래픽= 송정근 기자

최근 이비인후과에서 한 차례 비염치료를 받은 양모(30)씨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자임에도 자신이 납부한 진료비 2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하지 않았다. 보험금 청구 시 자기부담금(1만원)을 제하고 제출 서류인 진료내역서 발급에 드는 수수료(2,000원)까지 빼면 손에 쥐는 건 8,000원뿐이기 때문이다. 양씨는 “큰 수술을 받아 병원비가 수백만원 나왔다면 모를까, 몇 천원 받자고 다시 병원을 찾아가 서류를 떼고 청구서를 작성하는 수고를 들이기가 선뜻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 3분의 2가 가입한 실손보험의 불편한 보험금 청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필요한 서류를 환자가 일일이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관련 서류를 자동으로 전송하는 전산화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의료법 개정 문제 등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27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가입 건수는 3,400만건이다. 1999년 상품이 처음 출시된 이래 20년 만에 전 국민의 66%가량이 가입한 셈이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진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으로, 보험금을 받으려면 가입자가 영수증과 진료내역서, 진단서 등을 병원으로부터 발급받아 보험사에 우편 또는 팩스로 보내거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사본을 전송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청구 방식을 택하든지 가입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해 실물 서류를 발급 받아야만 보험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소비자와 함께’가 최근 실손보험 가입자 27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원 치료의 경우 10명 중 6명이, 입원 치료는 10명 중 4명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액이 작아서’(64.2%)였다. 이는 가입자가 갖춰야 할 서류 종류가 복잡하고 발급 절차도 번거롭다는 지적과 상통한다. 한 보험설계사는 “매일 서너 통씩 고객 서류문의 전화에 응대하고 있다”며 “필요한 항목이 워낙 다양해 가입자 스스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생하는 미청구 보험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통계조차 없다.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는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진료내역을 직접 보내는 전산시스템 마련이 거론된다. 보험금 청구 과정의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해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구성한 정책협의체도 이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긍정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서류 심사에 소요되는 인력 낭비가 사라지고 고객 민원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발급 서류가 사라지면 병원도 행정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보험 사고 치료의 경우 의료기관이 환자 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직접 전송하고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기에 참조할 선례도 있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전산 처리 역시 현재 기술력으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의료법 개정 등 제도 정비다. 현행 의료법(제21조 제2항)은 의료기관이 환자가 아닌 타인에게 환자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환자 기록 전송을 위한 근거 조항을 따로 두고 있다. 때문에 전산화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 법안(공ㆍ사 의료보험 연계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지난 2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간 공감대가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이 걸려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환자의 민감한 진료기록이 민간기관에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제도 개선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크다며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전산화가 되면 병원의 진료비 비급여 항목이 오롯이 노출될 수밖에 없어 의료계는 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료계가 주장하는)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산화를 의무화하는 단계에 앞서 병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보험사와 자체협약을 맺고 전산화한 곳이 있는데 이런 사례가 확산되면 의원급 병원 참여도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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