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단체장 집무실 리모델링…관사도 논란
대구ᆞ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구미시가 거액을 들여 신임 단체장 집무실을 리모델링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바닥권인 청송군도 단체장 교체를 계기로 3,600여 만원이나 들여 집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크다는 지적이다.
27일 구미시청 1층 시장 집무실에는 기존 바닥과 벽, 천장 등을 뜯어내고 새로 리모델링하는 인부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시장실과 부속실, 시민사랑방 등 3개 공간, 168㎡ 크기의 시장 집무실 리모델링 비용은 내부 공사 2,000만원, 집기 구입비용 1,500만원 등 모두 3,500만원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시장 인수위가 따로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남유진 전 시장이 지난해 12월 사퇴한 후 시장실이 계속 비어 있었고 3선을 하는 동안 오래 사용했기 때문에 업무효율화 차원에서 새로 보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인 측의 동의나 묵인 없이는 리모델링 공사에 예산을 지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첫 민주당 시장을 선출한 구미 시민들은 당선인의 첫 시책이 집무실 리모델링 공사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도시재생을 모토로 세운 시장 당선인이라면 집무실도 재생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 푼의 세수가 아쉬운 시점에서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새 집무실부터 만든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청송군도 1993년 현 청사 개청 후 손을 대지 않은 군수 집무실의 근무 환경이 나쁘다며 3,629만원의 리모델링비를 투자하고 있다. 청송군 관계자는 “3선 단체장이 바뀌는 지금이 아니면 집무실을 손 볼 시간이 없다”며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지사 관사도 결국 예산 낭비로 귀결되고 있다. 경북도는 도청 근처 대외통상교류관 내 게스트하우스를 신임 도지사 관사로 사용하겠다며 27일 이철우 당선인에게 건의했다. 교류관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71억원을 들인 이 건물은 숱한 논란 끝에 관사로 낙찰됐다. 여기다 이 당선인이 포항과 환동해지역본부를 제대로 챙기기로 하면서 포항에도 도지사 관사가 들어설 전망이다.
대구지역 기초단체도 새 단체장을 맞기 위한 집무실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중구청은 당선인 요청에 따라 1,500만원 안팎의 예산으로 기존 구청장 집무실 내 회의실을 응접실로 바꾸기로 했다. “주민들과 격의없이 소통하겠다”는 취지지만 중구청은 당초 일 하는 조직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소파 대신 딱딱한 의자와 책상으로 회의실을 운영하던 터여서 남성 화장실 설치를 제외한 이번 리모델링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남구청은 800여 만원을 들여 사무집기 교체와 도배, 타일 교체 등 청장 집무실을 개선한다. 수성구청은 600여 만원을 들여 청장 집무실 바닥 및 천장 공사와 도배, 의자 교체 등 리모델링을 하고 동구청은 일부 집기를 교체키로 했다.
한편 이병환 성주군수 당선인은 군민 소통 차원에서 군수실을 2층에서 1층으로 이전토록 했고, 전찬걸 울진군수 당선인도 1층에 군수실을 마련한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