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연 3.7%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다섯 차례 기준금리 인하(2014~16년)를 통해 ‘한국판 저금리 시대’를 조성하기 이전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제2금융권 대출금리가 동반 급등하고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치솟으면서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은행 대출금리(이하 연간 기준)는 전월보다 3bp(1bp=0.01%포인트) 오른 3.68%를 기록했다. 특히 가계대출 금리는 3.69%에서 3.75%로 6bp 급등했고, 기업대출 금리도 2bp(3.64→3.66%) 올랐다. 반면 정기예금을 비롯한 저축성 수신금리 상승폭은 2bp(1.82→1.84%)에 그치며 예대금리차(1.84%포인트)는 1bp 더 벌어졌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2014년 9월(3.76%) 이후 최고치다. 그해 8월 한은은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 확대 차원에서 1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2.50→2.25%)를 단행했고, 이후 2년 간 4차례 추가 인하하며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다. 이를 감안하면 가계대출 금리가 저금리 정책이 시작될 무렵의 수준까지 상승한 셈이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3.49%)가 2bp 올라 역시 2014년 9월(3.50%) 이후 최고치였고, 지난해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신용대출 금리(4.56%)는 7bp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은행 가계대출 상품 가운데 연 4% 미만 금리 상품의 비중(79.5%)은 80% 아래로 떨어졌다. 전월엔 81.9%였다.
2금융권 대출금리(가계ㆍ기업 합산) 역시 크게 올랐다. 새마을금고(4.26%)가 10bp 올라 가장 상승폭이 컸고, 저축은행(10.75%)과 신협(4.89%)은 각각 6bp, 농협·수협 등 상호금융(4.13%)은 1bp 올랐다.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은 저소득ㆍ저신용 고객이 많이 찾는 2금융권 역시 신규대출 장벽이 높아지고 상환부담도 늘어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고금리 가계대출 비중 확대,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 및 제2금융권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이 비중은 전월보다 1%포인트 오른 77.8%를 기록했다. 연초(1월 71.2%)와 비교하면 6.6%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변동금리 상품은 시장금리나 수신금리에 따라 금리가 변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엔 이자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 가운데 단기대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단기대출 고객은 대출기간이 짧아 금리변동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통상 고정금리 상품보다 이율이 낮은 변동금리 상품을 선호한다. 장기대출 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이 정부 규제로 증가세가 주춤한 데 따른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단기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빚의 ‘금리 리스크(위험)’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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