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일 차로 이동한 정황 등
모든 의혹에 전방위 수사
정밀감정 나오면 피의자 전환
경찰이 전남 강진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 A(16)양과 A양의 아빠 친구 김모(51ㆍ사망)씨가 함께 동행했다는 7, 8가지의 사례를 파악하고 조사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남 강진경찰서는 김씨의 차량 트렁크 안에 있던 흉기(날과 손잡이 사이 자루 부분)에서 A양의 유전자(DNA)가 검출되었고, 실종당일 A양이 김씨를 만난 뒤 승용차를 타고 이동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A양 부검에 대한 정밀감정결과가 나오는 대로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경찰은 김씨가 이미 숨져 공소권은 사라졌으나 피해자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각종 의혹은 사망한 A양의 1차 부검한 결과 골절 등 뚜렷한 외상이 없어 사망 원인도 규명하지 못한데다 시신을 매장하지 않았고 립글로스를 제외한 의류나 소지품, 머리카락 하나 없이 알몸상태로 방치한 것은 사채처리방법을 비교적 잘 아는 사람이라고 전문가 등의 진단에서 제기됐다. 특히 들짐승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이처럼 알몸상태로 두면 시신의부패가 빠르게 진행돼 증거인멸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A양의 시신은 육안으로 신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채 발견됐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려 나간 A양이 건강한 남성도 오르기 쉽지 않은 해발 250m 매봉산 정상 너머까지 왜 올라갔는가도 의문이다. 경찰은 A양이 김씨에게 속거나 협박 등에 의해서 이동했거나 김씨가 숨진 A양을 직접 산 너머까지 옮기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다만 공범의 존재나 살해 후 시신 이동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더욱이 김씨가 지난 4월초부터 고가의 본인 소유 주택과 농장(축사) 등을 처분하려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축사의 경우 거래가가 10억원 이상 추정되는데 김씨가 고향을 왜 떠나려고 했는지, 큰 돈이 필요한 일들이 있었는지 등 이번 사건과 연관성도 궁금 중의 하나다.
이밖에 여성편력에 의한 성폭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씨가 A양에게 아르바이트 사실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라고 당부하고, 사건 당시 김씨가 휴대폰을 두고 외출한 점, 블랙박스 연결선 뽑아 녹화차단, 귀가 후 의류로 추정되는 물건 불태우고, 자신의 차량을 갑작스럽게 세차하는 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살인 구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수사상황 전체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를 해 왔고 많은 결과물도 가지고 있다”며“정밀부검 결과를 통해 이번 사건의 사인과 진실을 밝혀내 망자의 한이라도 풀어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 16일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겠다는 아빠 친구를 만나 이동한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친구에게 남긴 뒤 소식이 끊겼다. A양으로 추정됐던 시신은 실종 9일째인 24일 매봉산 정상 인근에서 발견됐다. 시신 발견 장소는 용의자 김모씨의 차량이 2시간 40여분 가량 주차된 지점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거리로 김씨의 고향마을에서 가까운 곳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A양 시신이 발견된 강진군 도암면 매봉산 일대에 경찰 2개 중대 173명을 동원, 금속탐지기를 통해 실종 당일 소지한 작은 손지갑, 휴대전화, 시계, 청바지와 운동화 등 유류품 수색을 하고 있다.
강진=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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