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서 총감까지… 37년 임기 마친 이철성 청장

최초로 전 계급 밟고 30일 퇴임

정권교체에도 유임된 첫 청장

朴 탄핵 촛불집회, 평화시위로 이끌고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도 도출

[180330-5] [저작권 한국일보]30일 오전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화상회의에서 이철성 경찰청장과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18.3.30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018-03-30(한국일보)

순경에서 시작해 치안총감까지 전(全)계급을 거친 유일한 인물, 정권 교체 바람에도 자리를 지킨 최초의 경찰청장, 최고위직 자리에서 정년 퇴임을 맞이하는 첫 치안총수. 경찰 역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3개나 보유하게 된 이철성(60) 경찰청장이 30일 퇴임한다. 1991년 경찰청 개청 이후 중도 교체 없이 임기를 무사히 마친 총수는 이 청장 외 이택순(13대) 강신명(19대) 청장 두 명밖에 없다.

이 청장은 26일 마지막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37년 임기를 마치고 정년 퇴직하게 돼 영광”이라며 “조직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6년 8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이 청장의 법적 임기는 8월까지지만 정년(60세)에 도달해 이 달까지만 근무한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체가 예상됐지만 유임됐다.

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이 청장은 경사 시절 경찰간부후보(37기) 시험에 합격, 경위로 재임용된 뒤 경찰 내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대 치적으로는 취임 2개월 후 시작돼 4개월 넘게 이어진 박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당시 큰 무리 없이 평화시위가 될 수 있도록 관리한 게 꼽힌다. 100만명이 넘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지만 연행자나 부상자가 거의 없어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2015년 민중총궐기,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경찰 대응과 대조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집회 당시 화제가 된 종로경찰서장의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라는 해산명령 문구도 상황실에서 집회를 지켜보던 이 청장이 직접 작성,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해 개혁에 앞장서고 그간 조직의 숙원이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 합의를 큰 갈등 없이 도출해 낸 것도 나름의 성과로 꼽힌다. 이 청장은 이날 “얼마나 선진화된 형사사법구조로 가느냐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당시 광주경찰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민주화의 성지’ 게시물 삭제를 지시한 의혹이 지난해 8월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청장은 이날 후임 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민갑룡 경찰청 차장에 대해 “저보다 훨씬 더 준비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청장이 퇴임하면 한동안 민 후보자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민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이 20일 국회에 접수됐지만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되지 않아 청문회가 언제 열릴 지 기약할 수 없다. 다만 인사청문회법상 다음달 9일 이전에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이 가능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