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산업-학계 국내 기술 진단
“오픈소스 AI 가장 많이 쓰는 나라”
“한국어 분석-처리, 스타트업엔 어려워”
“정부가 기초 데이터 등 지원을”
3%. 전 세계 인공지능(AI) 관련 특허 개수 중 한국 특허의 비중이다.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는 미국(47%)을 제외하더라도 중국(19%)이나 일본(15%)에 비해 한참 뒤져있다. AI 분야에 대한 국가 수준 투자도 미미한 편이어서, 미국의 30분의 1, 일본의 9분의 1에 불과한 1,000억원 가량을 ‘인공두뇌’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는 구글이 2015년 오픈소스로 공개한 AI 플랫폼 ‘텐서플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AI와 머신러닝에 대한 관심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의욕적이란 신호다. 구글 AI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제프 딘 시니어펠로우는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AI 위드 구글’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다양한 AI 기술 개발 사례와 수준은 한국이 가진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25일부터 시작된 ‘구글 AI 위크 2018’의 메인 행사로, ‘모두를 위한 AI’라는 구글의 비전을 소개하고 국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AI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학계에서는 황의종 카이스트 교수가 산ㆍ학ㆍ연이 협력할 부분에 대해 제언했고, 산업계에서는 김윤 SK텔레콤 AI리서치센터장과 유승일 카카오모빌리티 데이터랩장이, 그리고 스타트업계에서는 황리건 원티드랩 제품총괄과 정규환 뷰노 CTO가 참석해 현장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AI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결돼야 할 ‘산’으로 한국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술(자연어처리, NLP)을 꼽았다. 한국어는 구어와 문어의 차이가 도드라지고, 화자와 청자의 관계에 따라 호칭과 높임법이 달라지는 등 구글에서도 가장 ‘번역하기 까다로운 언어’라고 할 정도다. 빅데이터와 AI 기반으로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원티드랩’ 관계자는 이력서에 쓰여 있는 한국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으로서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 회사 황리건 제품총괄은 “연구원과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작은 업체로서는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면서 “많은 대기업에서도 한국어를 연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기초적인 데이터 세트를 만들어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기술발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각종 규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료분야 AI 진단 소프트웨어로 국내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뷰노에서는 규제로 인해 쌓여있는 고품질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정규환 CTO는 “세계적인 규모 병원이 서울에만 5개나 몰려있고 매년 직장인 건강검진으로 고품질 의료영상을 쏟아내는 나라인데, 정작 산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서 “합리적인 기준, 일치된 틀을 국가가 만들어줘야 산업 발전이 빠르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AI 후발주자로 출발한 중국이 이미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황의종 교수는 “우리나라 AI 분야를 선도한다는 카이스트에서도 AI 프로젝트 비중이 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4차산업혁명은 한 분야가 아닌 전체 스펙트럼 혁신이 필요한 만큼, 중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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