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킥 등 받아 골 넣는 수비수
한국, 강팀 잡을 최선 루트지만
남아공 때 이정수 만한 선수 없어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에서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12개의 코너킥과 27개의 프리킥을 얻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세트피스 플레이는 없었다. 약 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득점 루트 중 하나가 세트피스라는 걸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세트피스 득점을 극대화하려면 예리한 키커와 공중전에 능한 장신 선수의 조합이 있어야 한다. 공격에 가담해 헤딩이나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볼을 골로 연결하는 장신의 중앙수비수를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라 부르기도 한다.
원정 첫 16강 위업을 달성했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한국은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의 킥을 중앙수비수 이정수(38)가 연결해 2골이나 뽑아냈다. 이정수는 “킥 직전에 성용이와 눈이 마주치면 기막히게 내 위치로 볼을 올려줬다”고 비결을 전했다. 당시 대표팀 매니저였던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은 “세트피스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연이 아닌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반면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킥을 손흥민(26ㆍ토트넘)에게 맡기고 189cm의 장신 기성용은 골문으로 가서 공중전에 가담하라고 주문했다. 신태용호에서도 프리킥, 코너킥은 손흥민이 전담하고 가끔 이재성(26ㆍ전북)이 찬다.
그러나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슈틸리케호(60골 중 10골)와 신태용호(24골 중 4골) 모두 세트피스 득점 비율이 약 16%에 불과하다. 키커의 문제라기보다 ‘수트라이커’의 부재라는 분석이다. 김세윤 전 국가대표 분석관은 “손흥민 킥도 기성용 못지않게 날카롭다. 예전에는 이정수, 곽태휘 등 몸싸움과 헤딩을 잘하는 수비수가 있었는데 요즘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크로스에 의한 세트피스 득점이 어렵다면 직접 프리킥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한국은 과거 월드컵에서 1990년 스페인전 황보관(이탈리아 대회 유일한 득점), 1998년 멕시코전 하석주(월드컵 역사상 첫 선제골), 2006년 토고전 이천수(원정 첫 승의 발판 놓은 동점골), 2010년 나이지리아전 박주영(원정 첫 16강 확정한 득점) 등 기억에 남는 직접 프리킥 득점이 꽤 있다.
신태용호에서도 손흥민은 감아차기 프리킥뿐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레알 마드리드)의 주특기인 골문 앞에서 뚝 떨어지는 ‘무회전 프리킥’에도 능하다. 미드필더 정우영(29ㆍ빗셀고베)도 이따금 무회전 프리킥을 구사하고 왼발을 잘 쓰는 수비수 김영권(29ㆍ광저우)은 먼 거리에서 때리는 중거리 대포알 슈팅 능력을 갖췄다.
카잔(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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