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경제지표 악화 문책성
내용은 소득주도 성장ㆍ일자리
실질적 정책 성과 속도감 높여
교체설 돌던 장하성 실장 유임
김동연 부총리와 역할 분담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단행한 청와대 경제라인 교체는 ‘형식은 문책, 내용은 강화’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 정책을 이끌었던 경제ㆍ일자리수석 전격 교체는 일단 고용쇼크, 최저임금 등 경제정책 논란 책임을 묻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집행력 있는 경제관료와 핵심 측근을 전면에 배치, 이제는 경제 성과를 하나씩 거둬들이겠다는 포석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공에 뜬 측면이 있었던 소득주도성장을 현실 정책과 접목시키고, 유명무실했던 일자리 정책에 힘을 불어넣으려 한 인사라는 얘기다.
특히 경제와 일자리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유임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에는 더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다만 경제 컨트롤타워를 두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깔끔히 조정하는 게 2기 청와대 경제라인의 과제로 남게 됐다.
경제지표 최악에 전격적인 경제라인 교체
지난 5월 문 대통령 취임 1주년이 지나면서 한반도 평화에 이어 경제 이슈가 핵심 국정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1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 감소 통계 발표, 5월 취업자 증가 폭 역대 최저치 기록 등 경제지표는 바닥이었다. 여기에 재계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반감이 터져나오면서 장하성 실장 교체설까지 나돌았다. 장 실장과 청와대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전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선택한 카드는 두 수석 교체였다.
다만 지방선거 여당 압승 이후 인사설이 가라앉고 있는 와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 경제라인 양날개인 경제ㆍ일자리수석 교체는 예상 밖의 강수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은 하루 전 인사 안을 결심, 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쇼크 문책, 집행력 강화 양수겸장 인사
이번 인사는 분위기 쇄신과 실질적인 정책 성과를 따내기 위한 차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경제정책) 기조를 변경하기보다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적 성과를 속도감 있게 내자. 다시 긴장하자’는 취지가 강하다”며 “새로 활력을 부여하는 취지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득주도성장 최종 책임자인 장하성 실장은 유임됐다. 이론적 틀을 제공했던 홍장표 경제수석은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으로 옮겼다. 정책 기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정책 집행 능력은 강화됐다. 학자 출신 홍장표 수석 대신 현장 경험이 있는 기재부 정통관료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경제수석에 앉힌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 때 인사 고충을 토로하며 관료 출신 임명을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으로 표현한 바 있다. 때문에 관료 출신의 청와대 일선 배치는 의외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만큼 경제정책의 현장 접목이 중요했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OECD가 주창하는 포용적 성장 개념이 소득주도성장과 겹친다는 점에서 윤 수석에 거는 청와대 내부의 기대가 커 보인다.
또 당과 청와대에서 정책을 주로 담당했던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을 일자리수석으로 승진, 이동시킨 것도 일자리 분야에서 정책 집행ㆍ장악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장하성-김동연 호흡이 경제 성과 관건
장 실장과 김 부총리의 역할 분담도 더 중요해졌다. 윤 수석이 김 부총리의 행정고시 1년 후배로, 기재부에서 호흡을 맞췄던 만큼 두 사람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1기가 이론적 측면에서 방향성을 잡았다면 2기로 접어들면서는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감 있는 실행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청년일자리 대책과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가계소득 격차 해소 및 저소득층 소득 증가 대책을 적절히 마련하는 문제가 과제다. 6ㆍ1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추경예산이 집행되기 시작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반기부터는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요구도 상당하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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