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40년 적대관계 불신 남아
구체적 로드맵 기대하기엔 일러
北이 비핵화 조치 취하지 않으면
韓美군사훈련 재개 등 대응할 것”
전날 “北에 시간표 제시 등 요구”
美국방부 관계자 발언 혼선 정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표(timeline)를 설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CNN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장 비핵화 로드맵을 짜는 데 시일을 끌기 보다는 북한과의 신뢰 구축을 통해 초기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CNN과의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시간표를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게 2개월이든, 6개월이든 우리는 양 정상이 제시한 것을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속하게 전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협상이 계속되는 데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 국방부 관계자가 전날 북한에 특정 요구사항과 함께 시간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방부는 북한과 진행중인 외교적 절차를 지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여기에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며 혼선을 정리했다. 그는 “북한과 관련한 국방부 관계자의 어떤 성명도 협상의 군사적 측면과 관련된 것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시간표를 제시할 것”이라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은 국방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시간표에 얽매여 북한과 무리한 힘겨루기를 벌이기 보다,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를 시작으로 북미간 과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가며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나라간 40년의 긴장 직후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북미간 오랜 적대 관계에 따른 불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비핵화 일정표를 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인 것이다. 무리한 비핵화 시간표가 비핵화를 촉진시키기 보다 이행 과정에서 되레 상호 불신을 증폭시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전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말에서 보듯 트럼프 정부가 ‘빠른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를 변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폼페이오 장관은 6ㆍ12 정상회담 이틀 뒤인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인) 2년6개월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에 비핵화의 가시적 결과를 도출하려는 미국과 최대한 상황 전개를 지켜보려는 북한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군사훈련 중단 조치를 거론하면서 “양 정상이 원했던 결과를 이행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우리는 재검토할 것이다”고 말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군사훈련 재개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북한이 매년 6ㆍ25 당일 개최했던 '미 제국주의(미제) 반대' 군중집회를 올해 열지 않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앞으로의 협상을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웨스트컬럼비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북한이 전국 곳곳에서 반미 간판을 내리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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