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0톤급 골재채취선 원진5호
항만 미관 해치고 오염 우려
악취에 침수로 기울면서
선박유ㆍ오물 등 유출 위험고조
경북 포항시의 해상관문인 포항구항 입구에 8년째 유령선처럼 방치된 1,250톤급 골재채취선 원진5호가 기울면서 해상오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포항에는 포항구항, 포스코 전용항구 격인 포항신항, 컨테이너화물 등을 취급하는 포항영일신항만이 있다. 포항구항엔 여객선터미널 등이 있어 일반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항구이다.
26일 오전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앞 선석엔 퇴락한 대형선박 한 척이 기울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선박 표면은 잔뜩 녹슬었다. 아래쪽은 진흙과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가까이 가자 악취가 진동했다.
문제의 선박은 1983년 진수한 해상 골재 채취선이다. 건조 35년이 넘은 데다 7년 이상 방치돼 있어 자력운항이 불가능하고, 최근엔 침수가 진행 중이다. 2011년 전남 강진의 한 해운사에 팔렸지만 포항구항에 그대로 두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길이 74.1m에 1,249톤이나 되는 선박이 최근 기울기 시작하자 포항구항을 이용하는 어선과 여객선사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한 여객선사 관계자는 “기름탱크 외에도 엔진 등 부품에 많은 기름이 있는데 배가 계속 기울어 유출될까 걱정이다”며 “포항구항은 이용 선박이 굉장히 많아 오염 사고가 일어나면 대형사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문제의 W호가 9도 정도 기울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침수가 계속되자 잠수요원을 투입, 조사했지만 원인을 찾는데 실패했다. 표면에 진흙과 따개비 등이 너무 많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월 20만원에 불과한 부두 이용료마저 체납해 수 차례 형사 고발과 독촉장을 보냈지만 요지부동이다.
포항해수청은 W호를 압류해 자산관리공사에 공매를 의뢰했지만 안심할 형편이 아니다. 체납액이 1,700만원 밖에 되지 않아 선주가 일단 납부한 뒤 계속 방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고철 선박이 선석을 장기간 점령함에 따라 관공선도 제대로 정박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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