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서 설계도면 무더기 유출
동종 회사 설립 후 동종 설비 수출 추진
종전 회사가 90억에 수출한 설비
50억에 넘기려다 기술만 털리고 실패
임원승진 누락에 불만을 품은 경북지역 대기업 계열사 전직 간부가 핵심 기술을 빼돌려 중국 경쟁기업에 넘겼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북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정원과 공조해 철강 포장 자동화기술을 유출한 뒤 별도의 회사를 설립,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 법률위반)로 경북지역 대기업 계열사 전직 간부 K(62)씨와 공범 등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북 지역 A사에 재직한 K씨는 임원승진에 실패하자 2015년 초 설계도면 등이 담긴 파일 1,600여 개를 노트북과 USB에 담아 퇴사한 뒤 그 해 중반 공범과 함께 동종업체를 설립했다. 이어 A사의 거래처인 중국 철강 대기업 C사에 관련 설비를 납품하기로 하고, C사 자회사인 D사에 관련 기술을 넘겼다.
K씨는 A사가 중국 C사에 90억 원에 수출했던 것과 같은 설비를 50억 원에 수출키로 협상하던 중이었다. 수주를 위해 D사 측의 기술제공요청에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K씨는 수출상담을 하던 중에 경찰에 적발,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해당 기술을 개발한 A사는 엄청난 중국 거래업체에 대한 설비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엄청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A사 거래기업인 중국 C사는 자회사를 통해 포장설비 자동화기술을 확보한 만큼 굳이 우리나라로부터 설비를 수입할 이유가 없어져 A사는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됐다”며 “해외 영업 목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기술을 유출하는 사례가 더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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