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인터넷에 ‘오량가구’라는 말이 오르내렸다. 국무회의 때 대통령께서 직접 언급하시고 이를 언론에서 다루면서 알려진 말이다. 한 문화재 안내판에 나온 단어인데,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물론 모든 전문어가 국어사전에 오를 수야 없겠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안내판에 이러한 단어가 쓰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대통령께서는 이 안내판 사진을 국무회의 때 직접 제시하시면서 공공 언어 개선을 강조하셨다. ‘공공 언어’는 사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말 그대로 공공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다. 공무원이 작성하는 공문서에서부터, 법률, 보도 자료, 정책명, 문화재 안내판, 지하철역 안내문 등에 쓰인 언어가 모두 공공 언어라 할 수 있다. 공공 언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써 온 용어나 쏟아져 들어오는 외래어 등으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 국무회의에서 공공 언어 개선이 제기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공공 영역에서 작성되는 글의 가장 큰 특징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무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작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글을 이해한 국민과 그러지 못한 국민 사이에 불평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부처에서 국민의 평생교육을 위한 ‘한국형 나노디그리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이 정책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하고 활용할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극소수 국민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차별과 불평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모든 공공 영역에서 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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