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몰리며 삶의 질 하락
암스테르담ㆍ스페인 팔마 등
에어비앤비 영업 제한ㆍ금지
“고용과 수익 창출이라는 관광산업의 긍정적 단면은 퇴색되고 있다. 거주민에 중심을 두고 관광객도 환영받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달 중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의회를 구성 중인 녹색좌파당(GL)과 민주66당(D66), 노동당, 사회당 연합은 주택 단기 임대 제한 등을 담은 새로운 관광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본격적인 여름 관광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세계 주요 관광 도시가 관광정책 정비에 나섰다. 정비 목적은 관광 진흥이 아니다. 암스테르담처럼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대응한 관광 수요 억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번화가에서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업체의 주택 대여를 금지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스페인 자치령 발레아레스 제도의 가장 큰 섬 마요르카의 항구도시 팔마가 스페인 최초로 ‘에어비앤비’ 영업을 금지했다. 2017년 시내 무허가 숙박업자가 2015년 대비 50% 늘어난 2만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뒤 팔마시는 올해 4월 주택 단기 임대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 지역 건축가 카를로스 델가도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수십 년 전 대규모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여름 동안 우리 해변을 뺏겼던 것처럼, 마지막 보루인 우리 도시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도 주요 도시에서 지난달 15일부터 민박 영업을 하려면 집주인이 지방자치단체에 공유숙박업 신고를 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신고 번호 없이 운영 중이던 업소(전체의 80%)를 대량 삭제하면서 관광객 숙소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미 시사전문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관광산업은 지난해 기준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규모로, 약 2,600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전 세계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3억명에 달하는데, 10년 내에 3억8,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중국인(2017년ㆍ1억4,500만명)의 해외여행 확산과 항공사 간 경쟁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하 등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관광산업의 놀라운 성장은 주요 관광지 과밀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경우 올해 부활절(4월1일) 하루 방글라데시의 한 해 관광객과 맞먹는 12만명이 방문했다. 인구 80만명인 암스테르담은 올 한 해 1,8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주 인구의 수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연중 좁은 거리와 집 주변을 활보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은 크게 악화했다. 관광객이 올려놓은 단기 임대료가 장기 임대료로 옮겨 붙으면서 월세 인상에 시달리는가 하면 도시가 놀이공원 디즈니랜드처럼 변해 가는 ‘디즈니피케이션’ 현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외신들은 관광 규제책을 잇달아 도입하는 세계 주요 도시들에 대해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실제 암스테르담이 내건 새로운 관광 정책의 이름은 ‘도시 균형’이다. 암스테르담은 지난달 이 정책 개정과 함께 ‘즐기고 존중하라’는 제목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홍등가 마약 체험 등을 주된 목적으로 암스테르담을 찾는 유럽의 젊은 남성을 겨냥한 캠페인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관광의 산업적 측면과 주민들의 삶의 질 모두를 감안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시장 분석가 산드로 카르바오는 “오버투어리즘이 문제가 아니라 관광업계의 운영 미숙이 문제”라며 “관광산업이 유럽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는 만큼 지역 정부가 주민과 소통을 늘리고 관광산업 호황에 따른 혜택을 지역경제로 적극 환원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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