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노 감독, 혼다 신지 등
골든 트리오 소환하고
공격적 일본식 축구로 되돌려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돌풍
“나는 가능한 한 공격적으로 싸울 것이고, 선수들도 그런 정신상태로 싸워주길 원한다.”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불과 2달 앞둔 지난 4월 갑자기 지휘봉을 잡게 된 일본 축구대표팀 니시노 아키라(63)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일본 스타일’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쌓은 일본 축구의 기술력을 최대한 발휘해 싸우고 조직력을 기반으로 팀을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공격적인 축구 철학을 선언했다. 그리고 니시노 감독은 본선 무대에서 그 약속을 지켜내고 있다.
니시노 감독의 장담은 세네갈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펼친 경기운영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25일(한국시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세네갈과 경기에서 교체카드 3장을 모두 공격수 투입에 사용했다. 일본은 전반 11분 사디오 마네(26ㆍ리버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34분 이누이 다카시(30ㆍSD에이바르)의 골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71분 다시 리드를 빼앗긴 뒤에는 교체 투입된 혼다 케이스케(32ㆍCF파추카)의 동점골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일본은 동점을 만들고 나서도 공격수 우사미 다카시(26ㆍ뒤셀도르프)를 추가로 투입, 세네갈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1승1무로 H조 선두가 된 일본은 16강 전망을 더욱 밝혔다.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은 “일본이 개인 능력이나 피지컬에서는 세네갈에 뒤지지만 조직적인 패싱을 바탕으로 탈압박 하는 고유의 모습을 잘 살렸다”고 평가했다.
지난 19일 1차전 콜롬비아에게 2-1로 이겼을 때만 해도 행운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들었던 일본은 아프리카의 복병 세네갈을 상대로도 뒤지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자 단숨에 H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니시노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2번의 동점골을 넣은 뒤 수비수를 투입해 안정을 꾀할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승리를 열망했기 때문에 끝까지 공격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적장 알리우 시세(42) 세네갈 감독 역시 “일본은 매우 높은 기술력을 가졌고 패스의 질도 좋았다”고 치켜세웠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일본의 월드컵 행보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대회 직전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61위로, 본선 진출 32개국 중 30위였다. 2015년 3월부터 3년 넘게 월드컵을 준비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66)를 전격 경질한 터라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일본은 월드컵을 2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니시노 당시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감독으로 앉혔다. 대표팀 평균연령 28.17살로, 역대 최고령에 해당해 ‘아재 재팬’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니시노 감독은 할릴호지치 체제 하에서 외면 받았던 ‘골든 트리오’ 혼다, 카가와 신지(29ㆍ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32ㆍ레스터시티)를 불러들인 것을 신호탄 삼아 짧은 패스를 하는 간결한 일본 축구로 돌아갔다.
니시노 감독이 재소환한 ‘일본식 축구’는 선수들에게 빠르게 스며들어갔다. 니시노 감독 지휘 하에서 일본은 3번의 평가전을 치렀는데 가나, 스위스에게는 모두 0-2로 패했지만 월드컵 직전인 12일 파라과이에게 4-2 대승을 거뒀다. 이런 기세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설 감독은 “할릴호지치 감독은 피지컬을 강조하며 선이 굵은 축구를 추구했는데, 일본 만의 장점이 없어졌단 불만이 많았었다”며 “니시노 감독이 새로운 전술을 입혔다기 보다는 원래의 일본 색깔을 되찾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은 28일 폴란드와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폴란드는 2패로 이미 탈락을 확정했다. 이 경기에서 일본은 무승부만 기록해도 16강에 진출한다. 당초 월드컵까지만 임시로 팀을 맡기로 했던 니시노 감독의 연임 이야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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