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비영어권 국가에선 처음
웃는 남자, 수출 겨냥 거액을 투자
신작 대형 뮤지컬 두 편이 하반기 잇달아 공연된다. 라이선스 초연작인 ‘마틸다’와 창작 초연작인 ‘웃는 남자’로 국내 뮤지컬 시장의 미래 흐름을 점쳐볼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되는 작품들이다. 올해는 흥행이 검증된 대형 뮤지컬의 재공연이 유독 많아 이들 작품의 등장이 더욱 기대된다.
‘마틸다’: 가족 뮤지컬 새 장 열까
‘마틸다’는 세계적 동화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1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지금까지도 현지에서 공연 중인 최신작으로 비영어권 국가로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을 펼친다. 초능력을 가진 천재 소녀 마틸다가 억압적인 부모와 심술궂은 학교 교장으로부터 벗어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풍자 코미디다.
영어 원작을 한국어로 바꿔 공연하는 만큼 애로가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영어 알파벳 에이(A)부터 제트(Z)까지를 재치 있게 엮어 만든 넘버인 ‘알파벳송’을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두고 창작진들의 고민이 깊었다. 2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지영 연출가는 “비영어권에서 공연된 적이 없어 선례도 없었다”며 “많은 고민 끝에 알파벳 소리와 일치하는 한국어 단어들을 찾아 기발하고 맛깔스러운 가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닉 애슈턴 해외 협력 연출가는 “6년간 7개 프로덕션과 함께 일했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이야기에 담긴 진실을 표현하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마틸다’는 어린 마틸다와 그의 친구들이 극을 이끌어간다. 아역배우들의 역량이 크게 요구된다. 주인공 마틸다 역에는 600명의 배우들이 지원해 4명이 선발됐다. 신장 130㎝의 소녀들이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고 있다.
‘마틸다’는 영국 올리비에상 7관왕, 미국 토니상 4관왕에 각각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국내 뮤지컬업계에서는 ‘빌리 엘리어트’를 능가하는 가족뮤지컬로 탄생할 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틸다’는 국내 주요 뮤지컬 제작사 중 하나인 신시컴퍼니의 창립 30주년 기념 작품이기도 하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주요 뮤지컬 관객인 2030 성인을 넘어서, 관객의 저변확대를 이룰 수 있는 작품으로 ‘마틸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마틸다’는 9월 8일부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웃는 남자’: 뮤지컬 한류 일으킬까
다음달 10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되는 ‘웃는 남자’는 EMK뮤지컬컴퍼니(EMK)가 5년 넘게 공을 들인 대형 뮤지컬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얼굴을 지닌 인물 그윈플렌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조명해보는 작품이다.
EMK의 두 번째 창작뮤지컬로 제작비 175억원이 들었다. 올해 초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엄홍현 EMK 대표는 “현대에 꼭 전해야 할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작품으로, 처음부터 전 세계 라이선스 수출을 목표로 제작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이선스 수출을 염두에 두고 무대와 의상도 철저히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베테랑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대본과 연출을 맡았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했다.
가수 박효신과 뮤지컬 배우 박강현,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 수호가 그윈플린을 번갈아 맡는다. 와일드혼은 애초 그윈플린 역에 박효신을 염두에 두고 넘버를 작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화 양준모 신영숙 정선아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이 주역으로 한 무대에 선다. ‘웃는 남자’는 9월부터는 한남동 블루스퀘어로 자리를 옮겨 10월까지 관객을 만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