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론에 밀려 불법 이민자 부모ㆍ자녀 격리 수용 정책을 철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중남미 이민자에 대한 강경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불법 입국자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재판 없이 즉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모든 사람이 우리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누군가 들어오면 우리는 판사나 법원 소송 없이 즉시 그들이 왔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훨씬 잘하고 있지만 강력한 국경 보안이 필요하다"며 "우리 나라에 침입하려는 모든 사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이민)법을 개정하라. 저항하지 말라"며 거듭 압박에 나섰다.
트위터 게시물에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으로 침략해 들어오려는 모든 사람’은 중남미 불법 입국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불법 이민자의 적법한 절차적 권리를 박탈하고 즉시 추방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내 불법 입국자에 대한 현행 이민 제도를 "좋은 이민정책과 법질서를 조롱하는 것", "합법적으로 시스템을 통과하고 몇 년째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공평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전 세계가 비웃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민정책은 '메리트(시스템)'에 기초해야 한다"며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을 도울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리트 시스템’이란 이민 신청자의 학력과 경력, 언어구사력 등 미국 사회에 대한 기여 가능성을 수치로 측정해 영주권을 발급해주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신청자 중 무작위로 추첨해 영주권을 주는 '비자 추첨제'의 폐지와 가족 초청 형식의 연쇄 이민 중단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관용 이민 정책에 따라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 이민자 중 성인은 즉시 기소, 아이들은 격리 조치해 약 2,300여명의 아이들을 부모와 떼어 놓은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지지자까지 ‘비인간적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정책을 철회해야 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만에 직접 트위터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 없이 들어온다”고 밝히는 등 격리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독불장군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남우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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