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 인사들의 애도행렬이 주말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생전 김 전 총리가 현대정치사에 끼친 영향력을 증명하듯 여야와 전현직의 구분 없이 김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부를 대표하는 고위급 인사들은 23일, 24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김 전 총리를 조문했다. 이 총리는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시고 총리셨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서 정부에서 소홀함이 없게 모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1시간 20분이 넘도록 빈소에 머물며 고인을 추억했다. 김 장관은 “고인께서 여러 가지 한국 현대사에서 영욕을 겪으면서도 당신께서 해야 할 몫을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리고 있다”며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 사실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문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근조화환은 이명박 전 대통령 근조화환과 함께 고인 영정의 양 옆자리를 지켰다.
여권에서도 조문 행렬은 이어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전 총리와의 개인적 인연을 언급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추 대표는 “1997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있을 당시 제가 대구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 (김 전 총리가) 많이 격려해주셨는데 이렇게 황급히 가셨다는 소식을 들어 대단히 안 좋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 정치사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대한 많은 교훈을 남기셨다”면서 “앞으로 상생하고 통합하는 정치에 대한 교훈을 만드셨기 때문에 그런 뜻을 계승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유력한 문희상 의원도 빈소를 찾아 “김 전 총리는 산업화의 기수셨고, 혁명아적 풍운아적 인생을 사셨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보수진영은 보수 원로인 김 전 총리의 별세를 더욱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였다. 당 수습책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한국당은 이제 큰 어른을 잃었다”면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김 전 총리가 추구한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와 대한민국 경제를 선진국 반열로 토대를 세우신 업적을 다시 한 번 기리면서 저희들이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가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현재의 보수 위기 상황과 관련해 “김 전 총리는 늘 차이보다는 큰 목표를 중시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지금 보수가 완전히 폐허가 된 이 상태에서 서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큰 목표를 향해서 좀 힘을 합쳐라, 그런 말씀을 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충청의 맹주로 불렸던 만큼, 충청권 인사들도 김 전 총리 빈소에 총집결했다. 지난 대선 당시 충청 대망론에 불을 붙였다가 뜻을 접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공직에 계실 때 찾아 뵀었고 작년에 유엔사무총장을 끝내고 귀국해 인사 드리면서 제 진로 문제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을 듣고 가르침을 받은 바 있다”고 회상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충청인들만 JP키즈가 아니고 모두가 JP 키즈”라고 고인을 높게 평가했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JP의 정치적 아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장례 등 실무적 절차를 도맡으며 실질적인 상주 역할을 했고 정우택ㆍ이명수ㆍ홍문표 의원 등도 빈소를 방문했다.
김 전 총리와 ‘3김 시대’를 풍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측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DJP 연합을 통해 최초의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며 “2000년 6ㆍ15 남북 정상회담 때도 아낌없이 지원해주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이회창 전 총리도 빈소를 방문했다. 이 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 부부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문화계에서는 가수 하춘화, 김추자 등이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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