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사 영욕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 15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이로써 김대중ㆍ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현대 정치사를 이끌어 온 ‘3김 시대’의 주역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됐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김 전 총리 측근인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24일 “지방선거 직전 김 전 총리가 서울아산병원에 바로 입원했다”며 “음식물을 못 삼키고 기력이 쇠락해 가족들이 이곳으로 모셔 영양제 치료를 받으셨는데 퇴원하시고 보름간 있다가 별세하셨다”고 전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애도행렬이 주말 동안 이어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논평을 내고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김 전 총리에게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 전 총리는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ㆍ16 쿠데타에 가담하면서 현대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충청 기반의 신민주공화당, 자유민주연합 등을 이끌면서 충청권 맹주로 자리매김하다가, 1997년 대선에서는 DJP 연합을 이뤄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모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시류에만 편승한 ‘처세의 달인’이라는 꼬리표도 그의 정치 인생 내내 따라다녔다. 유족으로는 아들 진씨와 딸 예리씨 등 1남 1녀가 있다. 영결식은 27일 오전 8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된다. 장지는 2015년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박영옥씨가 묻혀 있는 충남 부여의 가족묘원으로 정해졌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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