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6곳 상품 개발 나서
기상변화 손실 보상 ‘이벤트성’
중장기 기간 보상 ‘지수형’ 등
이상기후따라 기준 마련키로
일본에선 여행자 날씨보험도
10월 중순 서울에서 야외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신랑 김모(31)씨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백년가약을 맺고자 야외 예식장을 계약했지만, 혹시 비가 내려 인륜지대사를 그르칠까 싶어서다. 지난해 김씨의 누나도 야외에서 식을 올렸는데 도중에 비가 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는 "인생에서 단 하루뿐인 날을 날씨로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우울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김씨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머지않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가 날씨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날씨보험' 개발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보험개발원 주도로 손해보험협회와 손해보험사 6곳 등이 날씨보험 개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날씨보험이란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상품이다. 크게 구분했을 때 특정기간 비나 눈의 유무로 발생한 손해를 정액 형태로 보상하는 '이벤트성' 날씨보험과, 보다 중장기적인 기간의 손해에 대해 날씨로 인한 손해율을 따지는 '지수형' 날씨보험이 있다.
이미 해외에선 날씨보험이 보편화돼 있다. 대표적인 게 여행기간 날씨가 급변해 일정을 망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일본의 여행자 날씨보험이다. 일본의 날씨보험 시장규모는 2007년 6,600억원을 넘어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도 홍수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재산피해가 생겼을 때 보상을 해 주는 '풍수해 보험' 등 재난보험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 보조로 운영되는 정책보험이어서 가입 대상이 제한돼 있다. 일반보험 형태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본래 의미의 날씨보험이라고 하기 힘들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를 연구조사하고 있는 단계"라며 "당초 연내 개발 목표로 논의에 착수했지만 손해율 산정 등 기준 마련이 까다로워 기간은 다소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날씨보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보험이 없었던 것은 상품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 날씨를 민감하게 여겨 보험 가입까지 고려할 것인가를 두고 부정적 의견이 많아 수요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계절이 뚜렷하고 날씨 변화가 잦은 한반도 특성도 한몫했다. 보험금 산정을 위해서는 손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위험 발생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데 기상 변화와 형태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개별 기준을 정하는 게 까다로웠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는 좁은 국토 면적에 비해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빈도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지역이라 보험과 연계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품 개발은 우선 그 형태가 비교적 단순한 이벤트성 날씨보험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제품을 통해 날씨보험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면 점차 지수형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험개발원은 보고 있다. 특히 지수형의 경우 태양광 발전 산업에서 선제적 도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날이 흐려 에너지 생산량이 목표치보다 낮으면 전체 손해에서 날씨로 인한 비율을 따져 보상을 받는 식이다. 날씨보험 개발에 참여 중인 한 보험사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이 시급한 상황이고 보험사들의 의지도 강해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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