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친척임에도 불편한 관계
JP “부모의 나쁜 점만 물려받아”
마지막 비판 인터뷰 끝으로 타계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
23일 타개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016년 1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남긴 평가다. 인척인 박 전 대통령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김 전 총리가 이 마지막 비판을 끝으로 타계하면서 영어(囹圄)의 몸인 박 전 대통령과의 오랜 감정의 골은 영영 풀리지 않는 앙금으로 남게 됐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소개로 부인 박영옥 여사를 만나 1951년 결혼했다. 박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셋째 형의 장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촌 언니다. 즉 김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촌 형부다.
친척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남보다도 못한 껄끄러운 관계였다. 2007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며 결정적으로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박 전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충청권 맹주’로서 영향력이 컸던 김 전 총리의 도움이 절실했지만 김 전 총리는 끝내 공개 지지를 하지 않았다.
다만 김 전 총리가 2012년 대선 때는 박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박 전 대통령도 이듬해 1월 미수(米壽ㆍ88세)를 맞은 김 전 총리에게 축하 전화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이어 2015년 박영옥 여사가 별세하자 박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직접 문상을 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자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을 ‘고집불통’으로 묘사하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총리는 당시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 앉아있을 것이다.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면서 교류의 기회가 차단됐고, 김 전 총리마저 별세하며 두 사람이 앙금을 풀 방법은 더 이상 없게 됐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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