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패싱’ 논란 불식시키고
대북 발언권 강화 차원 분석
핵무기 폐기는 핵보유국 5개국만 가능
일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핵 관련 시설 해체와 관련한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시설 사찰ㆍ검증을 수용할 경우 초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향후 북한 비핵화에 관여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공정에 인적 기여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원자로 폐로와 관련한 민간 기술자와 전문가를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폐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확보한 핵 시설 해체 관련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상정하고 있는 비핵화는 일단 북한이 핵무기와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전모를 신고한 뒤 IAEA 사찰단이 신고 내용을 검증하는 순서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핵무기 해체와 핵 관련 시설 철거 및 핵 물질 제거와 함께 IAEA의 각 공정에 대한 검증이 병행된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따르면 핵무기 해체와 폐기는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중국ㆍ러시아 등 5개 핵무기 보유국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시설 등 핵 관련 시설과 철거는 일본 등도 참여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북한 비핵화에 관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폐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핵 연료를 꺼내는 기술 등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본은 핵 보유국이 아니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그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화 과정에서 소외돼 제기된 ‘재팬 패싱’ 논란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비용과 인력 투입을 통한 향후 대북 발언권을 높이려는 전략인 셈이다. 당장은 북일 정상회담 추진 등 북한과의 관계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 만큼 다자협의체를 통한 대북 관여에 중심을 두는 모양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은 내달 초 오스트리아 빈의 IAEA 사무국을 방문해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전문가 파견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또 9월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맞춰 북한 비핵화를 협의할 관계국 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6일 요미우리TV 인터뷰에서 사찰과 시설 폐기 등 북한 비핵화에 들어갈 비용을 모으는 역할을 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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