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4세 구광모 체제 출범 맞춰
독립할 회사 어디일지 주목
디스플레이 등에 애정 많지만
자금 고려 땐 장치산업은 힘들 듯
LG그룹 4세 경영체제가 출범하는 29일이 다가오며 구본준(사진) LG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가(家)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구 부회장이 LG를 떠나 독립하는 것은 확정적인데, 어떤 사업을 분리해 독립할지가 핵심이다. 주력 사업들의 연결고리를 지켜야 하는 LG그룹은 물론 어쩌면 LG 로고가 떨어지게 될 대상 계열사들도 긴장하며 새로 출범할 ‘구본준 호’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
24일 LG에 따르면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어 소집될 이사회에서 구 상무의 직급과 직위, 업무 등이 결정된다. 조카가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나서는 만큼 구 부회장의 거취도 이번 이사회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구 부회장은 매년 6월과 10월 열리는 LG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지난해에는 주재했지만, 올해는 하현회 LG 부회장에게 넘기며 그룹 경영에서 한발 물러났다.
구 부회장이 LIGㆍLSㆍ희성그룹을 분리해 독자 경영하는 총수 형제의 전통을 이어간다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기업들이 우선 물망에 오른다. LG 총수 일가 중에서도 도전적인 성격의 구 부회장은 LG반도체ㆍLG LCD(현 LG디스플레이)ㆍLG상사ㆍLG전자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전문경영인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구 부회장은 세계 1위로 키운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LG상사, 자신이 대표이사였던 2013년 LG전자에 신설한 자동차부품(VC)사업부 등에 애착이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제는 ‘자금’이다.
구 부회장의 주요 재산은 지주회사 LG 주식으로 올해 3월 말 기준 1,331만7,448주(7.72%)를 보유했다. 지난 22일 종가(7만1,900원)로 따지면 9,575억원이다. 구 부회장이 LG 성장에 크게 기여를 했더라도, 총수를 내려놓고 물러날 때 그룹 차원에서 그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배임 우려가 있어 불가능하다.
금액만 고려한다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최대주주를 노려볼 만한 계열사 후보는 시가총액이 3조2,800억원 규모인 LG이노텍과 1조원 미만인 LG상사, LG가 지분 85%를 소유한 비상장사 LG CNS 정도로 좁혀진다. 디스플레이처럼 매년 조 단위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은 인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대표 회의에서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한 번 도전에 나설지, 아니면 안전을 추구할 것인지에 따라 선택 기업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LG 안팎에서 분리 후보로 거론되는 계열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 분리는 지주회사란 울타리와 주력 사업의 연속성이 얽혀 있어 무척 복잡한 문제이고, 평생을 LG에서 일한 임직원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