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임시 운송 상자 100여개 이송”
유해 이송용 금속관 158개는 오산으로
北, 상자에 담아 내주쯤 돌려보낼 듯
북미 비핵화 후속 협상 가속화 가능성
폼페이오가 방북 뒤 동반 귀환할 수도

6ㆍ25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임시 운구함 100여개가 23일 판문점에 도착했고, 유해를 미국으로 보내는 데 쓰일 금속 관(棺) 158개가 오산 미 공군기지에 준비됐다. 북미 간 신뢰 구축 조치 교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23일 “오늘 미군 유해 송환에 필요한 100여개의 목재 임시 운송 케이스와 함께 유해를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시키기 위한 유엔기 및 관 받침대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이송했다”며 “이와 별도로 오산에서 미국으로 유해를 보낼 때 쓸 158개의 금속 관이 용산(미군기지)에서 오산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판문점에 보내진 나무 운구함은 북한에 전달돼 유해를 담는 용도로 쓰일 듯하다.
이번 송환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회담 뒤 진행하기로 합의한 조치다. 당시 채택된 공동성명 제4항에는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 포로와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 포로ㆍ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명시돼 있다.
송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내주쯤 북한이 넘겨받은 나무 상자에 미군 유해를 담아 송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미 국방부 전쟁포로ㆍ실종자확인국(DPAA) 관계자가 북한에 들어가 유해 분류 작업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미가 연합 군사훈련들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북한이 신속한 유해 송환으로 화답할 경우 북미 간 비핵화 후속 협상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후속 협상을 위해 조만간 방북할 것으로 보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유해와 동반 귀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으로의 송환은 경기 평택시 소재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일단 나무 운구함에 담긴 미군 유해를 육로를 통해 오산 기지로 옮기고 거기서 유해 송환 의식을 한 뒤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로 가져가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엔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유엔사령부가 북한군으로부터 관에 담긴 미군 유해를 한 구씩 건네 받았지만, 이번에는 유해 송환이 전례 없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바람에 다른 방식을 택한 것으로 짐작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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