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향년 92세로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문화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고인은 혁명가이자 정치인이었지만, 타고난 예인(藝人) 기질로 예술인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1960~70년대 한국 대중문화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961년 중앙정보부장 시절 관현악단 40명과 합창단 35명으로 구성된 종합음악예술단체 ‘예그린 악단’을 창설했다.
훗날 국립가무단과 시립가무단으로 명맥이 이어진 ‘예그린 악단’은 1966년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로 일컬어지는 ‘살짜기 옵서예’를 무대에 올렸디.
고전 ‘배비장전’이 원작인 ‘살짜기 옵서예’는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패티김이 주인공 ‘애랑’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김 전 총리는 이 때의 인연으로 같은 해 패티김과 작곡가 길옥윤의 결혼식 주례를 맡기도 했다
총리 재직 시절이었던 1978년에는 세종문화회관에 당시 피아노 1700여대 값과 맞먹는 6억130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파이프 오르간 설치를 주도했다.
사석에서 종종 피아노와 만돌린, 아코디언을 연주할 만큼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과시했던 김 전 총리는 1997년 9월 방송된 SBS ‘대통령 후보와 함께’에서 노사연이 부르는 ‘만남’의 반주를 맡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고인은 생전에 “혁명가와 예술가에겐 공통적으로 다정다감한 기질이 있다. 문화 예술로 국민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과 기질을 자주 드러냈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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