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슈퍼카 라인업은 원초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달리기 중심의 스포츠 라인업과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강조한 GT 라인업으로 나눌 수 있다.
실제 FIA GT3 레이스 등에서 활약 중인 488 GT3의 기본 모델이라 할 수 있는 488 GTB가 스포츠 라인업의 메인 스트림을 담당하고 있으며 4인승 페라리, FF의 뒤를 이어 등장한 GTC4 루쏘와 터보 엔진을 탑재해 출력을 끌어 올린 GTC4 루쏘 T는 GT 라인업에 속해 있다.
그렇다면 488 GTB와 페라리 GTC4 루쏘 T는 일상에서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서울부터 강원도를 오가는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느껴보았다.
페라리 청담과 인제스피디움을 오가다
이번 주행의 무대는 페라리 청담 전시장을 떠나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을 오가는 국도와 고속도로였다. 비교적 높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국도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적인 구간이며 특히 내린천을 따라 굽이치는 내린천로를 달리며 페라리의 ‘데일리 드라이빙’의 매력을 느끼기 충분한 구성이었다.
네 명의 여행을 위한 존재, 페라리 GTC4 루쏘 T
페라리 GT 라인업의 최상단을 차지하는 GTC4 루쏘 T는 FF의 뒤를 이어 등장한 4륜구동, 4인승 페라리다. 이미 일전의 시승을 통해 강력한 출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일리카’로 쓰기 손색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일정 속에서는 과거의 시승보다 두 배 이상의 거리를 달려야 했기 때문에 차량의 가치를 조금 더 명확하고 절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이전에도 그랬고, 또 2+2 구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GTC4 루쏘 T가 가지고 있는 패스트백의 후면 스타일링은 내심 아쉬운 대목이다.
어디서나 매력적인 파워트레인
고성능 투어러를 의미하는 GT의 임무를 가지고 있는 차량이라고 하지만 페라리 GTC4 루쏘 T의 심장은 과하게 강력하다. 최고 출력 610마력, 최대 77.5kg.m에 이르는 풍부한 토크는 1,895kg에 이르는 무게를 가진 GTC4 루쏘 T의 차체에 성인 네 명을 태우고도 폭발적인 가속력을 구현하는 원동력이 된다.
게다가 여느 고회전형 자연흡기 엔진을 뺨치는 빠른 반응성과 높은 RPM까지 맹렬히 회전하는 쾌감, 그리고 풍부한 사운드를 내지르며 감성적인 매력까지 드러내며 운전자는 물론이고 조수석, 2열 시트의 탑승자 모두에게 ‘달리는 즐거움’을 직, 간접적으로 전한다.
GTC4 루쏘 T의 쾌적한 1열 공간
GTC4 루쏘 T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면 무척 편하고 다루기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운전자의 몸을 확실히 지지하면서도 충분한 쿠션감과 편안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하는 시트는 물론이고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제시한다. 게다가 센터페시아에는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더해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아쉽지만 만족할 수 있는 2열 공간
GTC4 루쏘 T의 2+2 시트 구성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실제 GTC4 루쏘 T의 실내 공간에는 ‘서로를 위한 약간의 배려’를 가지고 있다면 성인 남성 네 명이 충분히 타고 장거리 주행을 펼칠 수 있는 2열 공간을 갖췄다. 게다가 루프 라인을 길게 늘린 덕에 헤드룸이 기대 이상으로 마련되어 그 만족감을 더욱 높였다.
다만 2열 공간의 경우 후륜 구동축 및 제동 부분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간접적으로 체감이 되고 시트의 쿠션이 넉넉하지 않아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제법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탑승자가 사전에 고려하고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적인 아쉬움, 사운드
한편 듣는 즐거움은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엔진의 포효하는 감성, 마치 강력한 출력을 토해내는 것 같은 그 감성이 다소 부족하다. 같은 형식의 V8 터보 엔진을 채용한 488 GTB에 비해 확실히 다듬어지고 나긋한 사운드를 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더 강렬한 사운드가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실내 공간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 즉 사운드 시스템 부분에서는 확실히 다른 페라리에 비해 우위를 점한다. JBL의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여유롭게 달리는 상황에서 풍부한 청음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여느 플래그십 세단들에 적용된 초호화 사운드 시스템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할 부분이다.
크기를 줄이는 드라이빙의 기술
페라리 GTC4 루쏘 T는 태생적으로 차체가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 성인 네 명이 탈 수 있는 2+2 시트 구성을 갖추면서 전장이 4,920mm까지 늘어났기 때문에 확실히 주행 중에 차량의 크기와 무게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빙의 완성도가 훼손되는 일이 많지 않다.
이는 조향 시스템과 조향에 대한 차량의 움직임 등을 섬세하게 다듬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 GTC4 루쏘 T는 고급스럽고 역동적인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해지는 ‘다루는 재미’는 물론이고 사이드 슬립앵글 컨트롤(SSC3)이 결합된 4WS(Rear-Wheel Steering) 시스템의 힘을 빌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의 크기감을 최소로 줄여 다루기 좋은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만족감을 대폭 끌어 올렸다.
450L의 여유를 만들다
어쨌든 GTC4 루쏘 T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450L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는 점이다. 덕분에 성인 남성 네 명의 저마다의 짐을 모두 GTC4 루쏘 T에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여유 공간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GTC4 루쏘 T의 공개 당시에도 적재 공간에 자리한 대형의 캐리어가 눈길을 끌었으니 ‘여행을 즐기는 페라리’로 충분함을 알 수 있었다.
예상 외의 부드러움, 페라리 488 GTB
그렇다면 스포츠 라인업이자 출력을 대거 끌어 올리며 경쟁 슈퍼카들을 긴장시킨 페라리 488 GTB는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페라리 488 GTB도 GTC4 루쏘 T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일상 주행을 이어갈 수 있는 차량이었다. 차량이 가진 성격이나 바디워크 등을 고려하면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실제 488 GTB는 정말 편안한 드라이빙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편안함’의 만족감은 앞서 경험한 GTC4 루쏘 T보다도 우위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압도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V8 터보 엔진
페라리 488 GTB의 움직임은 서킷이나 일반 도로 등 그 위치를 가리지 않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강렬함을 과시했다. 시트 뒤쪽으로 자리한 V8 3,902cc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670마력과 최대 토크 77.5kg.m를 발산하며 ‘공간을 자르는 듯한’ 폭발적인 가속력을 자랑한다.
실제 488 GTB는 정지 상태에서 단 3초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며 정지 상태에서 200km/h까지는 단 8.3초 만에 가속한다. 덕분에 출력에 대한 갈증은 전혀 없고 도로 위에서 독보적인 존재와 출력에 대한 쾌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폭발적인 사운드를 모두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기대 이상의 편안함, 488 GTB
하지만 놀라운 점은 이 출력은 ‘출력을 끌어 낼 때’에 한정된 이야기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부드럽게 조율하기 시작하면 시속 60km 이내의 속도에서도 7단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낮은 RPM을 유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나긋하게 엔진을 울리며 국도의 주행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단순히 편안한 출력의 전개에 이어 하체의 셋업도 상당히 여유로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적극적으로 거르며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부담을 최소로 줄이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말끔하게 다듬어진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굽이치는 국도,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국도에서도 충분히 만족하는 주행이 가능했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범피 로드 버튼을 활성화 시키면 더욱 부드럽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적극적으로 걸러내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기본 상태에서 부담될 정도로 노면 상태가 고르지 못한 곳에서 더욱 편안하고 쾌적한 주행이 가능해 페라리의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히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편안함 속에서도 즐거운 드라이빙
국도와 고속도로 위에서 느낀 페라리 488 GTB의 드라이빙은 편안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안함 속에서도 페라리 고유의 명석하고 날렵한 드라이빙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긋하게 달리고 있을 때라도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조작하면 곧바로 이에 반응하며 날카로롭게 차량의 방향과 움직임을 바꾸며 ‘스포츠 라인업의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내고 또 그 움직임의 반응 또한 명확히 공유하여 더욱 즐겁고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일상과 공존이 가능한 페라리
페라리 GTC4 루쏘 T와 페라리 488 GTB는 그 담당 분야가 무엇이든 ‘일상 생활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놀라운 점은 4인승 페라리, GTC4 루쏘 T는 어쩌면 이러한 움직임이 당연했지만 스포츠 라인업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488 GTB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무척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어쨌든 페라리의 두 슈퍼카와 함께 국도와 고속도로 등을 달리며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욱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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