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땅이 먹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주관한 토론회 제목이다. 추 대표의 평소 신념인 ‘지대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대개혁은 땅 소유자가 얻는 과도한 불로소득을 제한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마침 정부가 22일 보유세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당시 토론회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토지공개념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토지공개념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된 정부 제출 개헌안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토지 소유자에게 메스를 들이대고 세금부담을 늘리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면서 여의도에 잔잔한 바람이 불고 있다. 두 행사 모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주제인지라 언론의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얄팍하고 기괴한 논리가 판치는 정치권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는 평가다.
추 대표가 주관한 토론회는 토지공개념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한 19세기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기리는 출간 기념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추 대표는 지난해 말에도 비슷한 포럼을 개최하며 지대개혁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자연히 토지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는 진보진영 전문가들이 패널로 대거 참석해 다채롭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여과 없이 제시했다. 특히 “기본소득과 융합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야 한다”(강남훈 한신대 교수), “북한에 공공토지 임대제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북중연구센터장)의 파격적인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응답하라! 1989 토지공개념 소환 청문회’라는 독특한 행사를 열었다. 1989년 토지공개념 확대 도입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이규황 한국경제사회발전연구원 원장을 발제자로 섭외해 토지공개념의 기원과 발전, 좌절되는 과정을 낱낱이 끄집어내며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제공했다. 4ㆍ27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회담 준비로 한반도 정세에 모든 시선이 쏠려있던 터라 세간의 관심은 덜했지만, 국회가 어떤 의제를 제시하고 선도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 받았다.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부동산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논의와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데 여야 간 이견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국회가 말로만 외칠 뿐, 앞장서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고 함께 고민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점이다. 국회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2일 정책토론회의 시동을 걸었다. 이로써 부동산 세제 개편을 향한 여정이 본궤도에 오른다. 권모술수를 내려놓고 모처럼 진중한 태도로 생산적 논의의 장을 마련한 양대 정당의 노력이 어떤 정책으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이의재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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