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더라도…” 인맥 쌓기 커뮤니티에 몰리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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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더라도…” 인맥 쌓기 커뮤니티에 몰리는 2030

입력
2018.06.26 04:40
수정
2018.06.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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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ㆍ글쓰기ㆍ영화 등 매개로

회비 내며 오프라인서 교제

트레바리가 운영하는 독서모임 '이콘B' 회원들이 카페에 모여 책을 함께 읽고 있다. 트레바리 제공

직장인 김모(28)씨는 요즘 퇴근 후 곧바로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소셜살롱을 찾는다. 몇 달 전 카페인 줄 알고 우연히 들어갔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교제하는 공동체’라는 설명을 듣고 호기심에 회원이 됐다. 공간을 맘껏 쓰면서 사진이나 영화 등 다양한 주제의 모임에 참여할 수 있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 단비 같은 시간이라는 게 김씨 생각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3개월에 45만원 정도 회비를 낸다. 김씨는 “살롱에서 마련한 행사나 프로그램에 참여해 사귀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030 직장인 사이에서 멤버십 가입 후 인간관계를 맺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단 정기적으로 돈을 내야 공동체에 끼워준다는 점에서, 돈을 걷더라도 활동경비나 식사비 정도이던 기존 동호회나 소모임 등과는 다르다.

책, 취향, 공간 등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교제하는 장을 제공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만남에 거부감이 있는 젊은이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커뮤니티 서비스 중 하나다. 2015년 처음 생겼을 땐 ‘누가 독서모임을 돈 내고 하겠느냐’는 반응이었지만 현재 한 분기에 200개 모임이 운영 중이고, 3,000명 가까운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4개월에 19만원 혹은 29만원의 회비도 기꺼이 지불한다. 한 달에 한 번 함께 읽은 책에 대해 토론하고, 모임이 없을 때에는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에서 자유롭게 교제한다.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홍지수(24)씨는 “처음엔 사람 만나는 데 돈까지 써야 하나 생각했지만, 읽은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학창시절 때보다 각별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다”고 했다.

#“비용 감수하는 사람은 열정적”

비싼 멤버십은 ‘보증수표’ 작용

“일회성 관계 양산” 우려도

비싼 멤버십은 오히려 검증된 사람들만 공동체에 진입한다는 일종의 ‘보증 수표’로 작용한다. 한달 35만원에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위워크(wework)’는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있다. 회원들은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구인구직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재능기부를 하며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르쳐 주는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다. 위워크 멤버십 회원 김태용(28)씨는 최근 재테크나 해킹 관련 강의 등 자발적인 소모임에 2주에 한 번씩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멤버십 비용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열정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여겨져 이들과의 지식 교류가 즐겁다”고 말했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는 경우도 있다. 트레바리 회원 김모(28)씨는 “독서라는 지적인 취미에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이성을 만나고 싶어 가입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서비스의 전망을 낙관하면서도, 인간 대 인간의 만남에 있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관계 맺기에 있어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사교라는 목표 아래 뭉치기는 쉽지만, 멤버십이 끝나면 흩어지기도 쉽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일회성 관계를 양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온라인 관계를 공허하게 느낀 현대인들의 욕구를 잘 간파한 산업이지만, 비싼 회비로 인해 ‘끼리끼리 모임’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개방성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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