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 경영진들 존재감 높아져
“형제 간 표 대결만 벌써 다섯 번째다. 그 사이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등 일본 롯데 경영진들 존재감만 높아지고 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롯데그룹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전까지 주총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인 경영진이 장악한 이사회 지지를 바탕으로 표 대결에서 모두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을 꺾었지만, 법정 구속으로 신 회장이 부재인 상태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99%), 롯데물산(57%) 등 한국의 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은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결정하는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차례의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지지를 보냈던 일본인 경영진들이 지지를 갑자기 철회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신 회장 자신은 현재 상황을 그리 낙관적으로만 보지는 않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일 “주총장에 참석하고 싶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하고, “보석이 어렵다면 전화로라도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이 자신이 없는 상태로 열리는 첫 주총에서 주주들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표 대결에서 번번이 졌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부재상황을 십분 이용할 계획이다. 특히 준법 경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주주의 특성을 감안해 그의 구속과 도적적 흠결 등을 공략하며 그가 롯데 총수 자격이 없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자 마자 “한일 롯데그룹의 대표자 위치에 있는 사람이 뇌물 등의 범죄행위로 수감되는 것은 우려되는 사태”라며 “신 회장의 즉시 사임과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두 형제가 주주들에게 표를 달라고 서로 싸우는 사이 주주들 표심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본인 경영진들의 존재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28.1%)의 최대주주(50%+1주)이지만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6%)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었다.
일각에서는 일본인 경영인들이 신동빈 회장 구속을 계기로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을 하기도 한다. 롯데를 포함한 국내 재계가 우려했던 시나리오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구속 상태를 벗어날 때까지 일본인 경영진들이 독자 경영을 하겠다고 하면 한국 롯데도 별 다른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주총을 통해 일본인 경영진들의 신동빈 회장을 계속 지지할지에 대한 속마음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공판에서도 재판부에 보석 신청을 재차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주총장에 갈 수 있을지, 일본에 가지 못해도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재계 이목이 다시금 일본 롯데로 쏠리고 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