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핸드볼 반칙 뒤늦게 확인
1차전 이어 또 ‘억울한’ 페널티킥
경기마다 같은 상황에 다른 판단
호날두 ‘손 네모’엔 경고도 안 줘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새로 도입한 비디오판독(VARㆍVideo Assistant Referee)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애매한 상황에서 공정한 판정을 위해 도입했지만 일관성 없는 판정으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선수들의 분노는 점점 쌓여가고 있다.
VAR에 두 경기 연속 덜미를 잡힌 덴마크는 단단히 뿔났다.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호주와 C조 2차전에서 1-0으로 앞서던 덴마크는 전반 38분 페널티킥을 상대에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전반 35분께 호주의 코너킥 상황에서 호주 매슈 레키(헤르타 베를린)가 헤딩을 했는데, 이 공은 덴마크 유수프 포울센(라이프치히)의 손에 맞았다.
주심은 핸드볼 반칙을 선언하지 않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지만 비디오 판독 센터의 연락을 받은 뒤 경기를 중단했다. 그리고 비디오를 보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포울센은 페루와 1차전에서도 전반 종료 직전 상대 공격수를 넘어뜨렸다가 VAR로 페널티킥을 내준 악몽이 있다.
결국 덴마크는 호주와 1-1로 비겨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날 선제골을 넣은 덴마크 공격수 크리스티안 에릭센(토트넘)은 경기 후 덴마크 TV2와 인터뷰에서 “2경기 연속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솔직히 짜증난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심판이 VAR을 적용하기로 했다면 초반에 프리킥 상황을 여러 차례 놓쳤을 때마다 VAR을 실행했어야 했다”며 “그렇게 한다면 축구가 아니라 미식축구(NFL)가 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덴마크 골키퍼 캐스퍼 슈마이켈(레스터시티)도 축구 매체 골닷컴을 통해 “VAR이 경기를 지배한다”고 분노했다.
무엇보다 VAR의 큰 문제점은 일관성 결여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느 팀은 VAR로 혜택을 보고, 다른 팀은 피해를 본다. 대표적인 사례는 20일 포르투갈-모로코전이다. 이 경기에서 후반 34분 포르투갈 페페(베식타시)의 팔에 공이 맞는 장면이 정확히 잡혔지만 VAR을 적용하지 않았다.
FIFA가 정한 VAR 규정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이날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마드리드)는 후반 39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 수비의 발에 걸려 넘어진 뒤 주심을 향해 두 손으로 ‘네모’를 그리며 VAR을 요청했다.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TV 시그널을 보내거나, 구두로 심판에게 VAR을 요청하면 경고를 받는다. 그러나 심판은 슈퍼스타 호날두에게 관대했다. 경고 없이 지나갔다.
VAR 수용 여부는 주심 고유의 권한이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주심이 직접 VAR 결정을 내릴 수 있고, VAR 전담 심판의 권고가 있을 때 수용할지 여부도 주심의 재량이다. 하지만 VAR의 결과 유독 유럽 팀들이 혜택을 보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음모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기술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VAR은 일관성 부족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선수와 팬, 축구 관계자들이 VAR 회의론을 제기하지만 정작 FIFA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FIFA는 “VAR을 실행하는 것과 적용하는 심판의 기준이 만족스럽다”면서 “우리 조직 내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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