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는 말이 나온다. 먼저 승리를 만들어 놓은 후에 실제 전쟁은 그 승리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승리한 것도 ‘명량’이라는 승리의 요소를 만들어 놓고 싸움에 임한 결과다.
징둥닷컴을 보면 선승구전이 떠오른다. 유통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가치는 무얼까.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빨리 소비자의 손에 전달하는 것이다. 징둥이 11년간 적자를 내면서도 알리바바 등 중국의 유통 거인들과 흔들림 없이 싸울 수 있었던 건 ‘승리의 구조’를 만들어놓고 싸움에 임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을 판다는 것은 중국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다. 징둥은 C2C(개인 간 거래) 마켓플레이스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인 T몰과 달리 직접 물품을 사들여 판매하는 독립형 쇼핑몰이다. 2015년 기준 모조ㆍ모방품 비율이 67%인 T몰과 달리 징둥닷컴은 정품 판매에서 신뢰를 얻으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온라인 쇼핑의 핵심 소비자가 26~35세로 상대적으로 젊다 보니 이 같은 신뢰는 온라인쇼핑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징둥의 실제 이용자 수는 2016년 5월에서 2017년 5월 사이 4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징둥닷컴의 또 다른 무기는 저가 정책이다. 징둥에는 두 종류의 칼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칼은 고객을 위해 상품 가격을 더욱 저렴하게 도려내는 칼이고, 두 번째 칼은 ‘원가’를 도려내기 위한 용도다. 기업 내부의 원가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 보여주는 말이다. 징둥의 돈은 100분의 1단위로 세세하게 계산된다. 일례로 창고 작업 시 사용하던 종이 내역서도 처음에는 A4 용지에서 절반 크기로, 나중엔 아예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1억위안(170억원)을 절감했다고 한다.
‘빠른 배송’에 대한 징둥의 집착은 잘 알려져 있다. 아마존이 물류센터 구축으로 인해 8년간 적자를 냈던 것처럼 징둥도 130개의 물류센터와 2,100개의 배송센터를 만드느라 창업 이래 11년간 적자를 냈다. 이런 집요한 투자의 결과 징둥은 현재 인구 50만명 이상의 70개 도시에서 오전 11시 이전 주문은 당일 배송, 오후 11시 이전 주문은 익일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2020년까지 쓰촨(四川)성에 150곳의 드론 전용 공항을 짓고 배송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산간벽지에도 24시간 내 배송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광군제 행사가 끝나고 사람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놀랐다. 하나는 징둥 닷컴의 당일 매출이 알리바바 T몰의 75% 수준인 21조3,000억원 규모라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징둥의 이날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었다. 덩치가 커지면 성장이 둔화하게 마련이지만 징둥은 거침없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징둥닷컴과 알리바바 유통 경쟁은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선승구전’으로 경쟁사들을 하나둘 물리친 징둥이 알리바바와 전쟁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