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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이 원룸 둔갑... 입주자 피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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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이 원룸 둔갑... 입주자 피해 주의보

입력
2018.06.22 04:40
수정
2018.06.22 07:3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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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등 다중주택 불법 개조 건물주 설계에 없는 시설 설치 역전세난ㆍ깡통주택 대비한 전세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어 “계약 전에 건물용도 확인해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정문 앞에 원룸 및 하숙을 놓는 전단이 빼곡히 부착돼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정문 앞에 원룸 및 하숙을 놓는 전단이 빼곡히 부착돼 있다. 뉴시스

# 최모(53)씨는 최근 군 전역 후 복학을 준비 중인 아들을 위해 서울 관악구 S원룸을 전세 계약하기로 하고 가계약금 100만원을 걸었다. 전기레인지(인덕션)와 에어컨, 냉장고까지 갖춘 신축 건물인 게 마음에 딱 들었다. 그러나 최씨는 정식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등기부등본을 떼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오피스텔로 알고 있었던 건물이 단독주택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 최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해당 건물이 고시원인 다중주택을 원룸으로 개조한 것임을 확인한 뒤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다중주택(고시원)에 화장실과 취사 시설 등을 불법 설치해 원룸형 주택으로 임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중주택은 연면적 330㎡ 이하의 3층 이하 주거용 건축물로, 각 주거 구획별로 공간은 독립돼 있지만 취사시설과 화장실 등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소규모 고시원이나 고시텔, 쉐어하우스 등이 대부분 다중주택이다.

2016년 서울시에서 사용승인을 받은 다중주택 수는 795채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1,386채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미 644채가 사용승인을 받았다. 특히 다중주택은 대학가 주변에 집중돼 있다.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엔 올해 사용승인을 받은 전체 건물(284채) 가운데 60%가 넘는 176채가 다중주택이다. 중앙대가 있는 동작구도 162채의 사용승인 건물 중 88채가 다중주택이다.

이처럼 다중주택은 고시원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지만 상당수는 불법 개조 후 원룸형 주택으로 임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싱크대나 가열기구, 화장실 등이 없으면 학생이나 직장인이 임대를 기피하기 때문에 다중주택 건물주는 불법으로 건축설계도면에도 없는 시설들을 설치하고 있다.

사실 다중주택은 건축주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오피스텔이나 다세대 주택에 비해 주차장 확보 기준이 낮아 건축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건축법상 다세대주택은 가구당 0.7대씩의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다중주택은 연면적 134㎡당 1대의 주차공간만 갖추면 된다. 연면적 329㎡ 규모인 경우 다세대주택으로 15세대를 짓는다면 최소 11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다중주택으로 건축하면 3대의 주차공간만 확보하면 된다.

그러나 불법 개조된 다중주택은 입주민에게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 역전세난이나 깡통주택 우려로 가입이 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일명 전세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주거용 오피스텔까지도 보증 대상이지만 다중주택은 제외돼 있다.

더구나 원룸형 주택은 세입자가 해당 원룸에만 근저당을 설정할 수 있지만 다중주택은 건물 1채에 모든 세입자가 근저당을 설정해야 해 뒤늦게 입주한 세입자는 순위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은행으로부터 전세대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중주택 세입자도 전세대출 대상이긴 하지만 불법 개조 사실이 드러난 경우엔 대출에 제한을 받게 된다. 최악의 경우 구청에서 원상복구를 명령하면 세입자는 갑자기 화장실과 부엌이 없는 생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피해가 커지자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동두천에서 다중주택 34채에 불법 취사시설을 설치한 혐의로 건축사와 건물주 19명을 입건했다. 대구와 충북 등지에선 대학가 주변에 ‘다중주택 내 개별 취사시설 설치는 불법입니다’란 현수막까지 내걸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은 건축사가 현장조사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불법 개조 적발이 쉽지 않다”며 “세입자들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반드시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건물 용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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