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큰손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이 경영하는 21세기폭스의 영화와 TV 주요 부문 인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디즈니는 20일(현지시간) 폭스에 인수가로 713억달러(약 78조9,000억원)를 제시했다. 1주 전 컴캐스트가 제시한 650억달러(약 71조9,000억원)보다 8조원 많다. 머독 회장은 이날 “폭스와 디즈니의 합병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혁신적인 기업을 창출해 낼 것”이라며 디즈니의 인수 제안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머독 회장이 전날 디즈니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로써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폭스 인수전은 디즈니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날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관련 업계를 인용해 컴캐스트가 물러서지 않고 추가 인수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련자를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수 주 내로 디즈니의 폭스 부분 인수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며 디즈니의 인수전 승리를 전망했다. 디즈니는 폭스와 결합해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최근 급성장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OTT)들로부터 극장 관객과 TV시청자를 빼앗아 오기 위한 반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수로 디즈니는 가입자 3,470만명인 OTT 3위 훌루(Hulu)의 지분 60%를 소유하게 되면서 세계 최대 OTT(가입자 1억2,500만명) 넷플릭스의 확장을 저지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디즈니는 지난해 12월 폭스 측에 자사주 일부를 넘기는 조건으로 폭스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인수하는 거래에 합의했지만 올해 컴캐스트가 더 좋은 거래 조건으로 끼어들면서 인수전은 혼전 양상이 됐다. 컴캐스트는 과거 2004년에 디즈니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실패한 바 있어, 미국 언론은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구원(舊怨)이 작용했다는 시각으로 폭스 인수전을 조명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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