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및 조사가 진행되고 가운데 한진 계열의 인하대학교 총장 선출이 6개월째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21일 인하대 교수회 등에 따르면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에 따라 올해 1월 최순자 총장이 해임된 뒤 6개월째 새로운 총장 선출을 위한 작업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 전 총장은 학교 돈 수십억원을 부실채권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낸 책임을 지고 해임됐다. 인하대가 지난 1954년 개교한 이후 최초로 현직 총장이 해임된 사례로 남았다.
이 때문에 학교 주요 정책 결정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고, 3년간 연속 적자를 보면서 인하대 재정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평가되는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4월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진행했지만 교수회가 “총장 선출 과정에 민주적 절차가 확보돼야 한다”고 반발해 제동이 걸렸다.
교수회는 후보추천위에 재단과 교수가 공동으로 사회저명인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수회 관계자는 “이사장이 총장 인선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수회는 지난달 말 후보추천위에 포함될 교수위원 4명에 대한 추천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정석인하학원은 총장후보 공고 등 인선 절차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는 사면초가에 놓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각종 비리 수사 상황이 신임 총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교수회 관계자는 “재단이 인선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면서 “총장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민주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절차 진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 및 인하대 졸업생 등으로 이뤄진 ‘한진그룹 갑질족벌경영 청산과 인하대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인하대의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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