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관람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이란에서 여성들이 사상 처음으로 공식 월드컵 응원전에 참여해 남성들과 함께 응원을 펼쳤다.
미국 CNN방송은 21일 “이란 국가대표팀 공식 트위터에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축구 중계방송을 관람하며 응원하는 사진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3시(한국시간)에 진행된 2018 러시아월드컵 이란-스페인전을 함께 응원하는 자리였다. ‘현재 테헤란 아즈드 스타디움’이라는 제목의 사진 속 이란 여성들은 손에 이란 국기를 들고 남성들 틈에 섞여 대형 TV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의 스포츠 경기 관람을 금지해왔다. 여성이 경기장에 출입하면 종교경찰에 체포되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이란의 이러한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돼왔다.
CNN은 “이란이 0-1로 패한 경기지만, 이란 여성들에게는 축하할만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그러나 “앞으로 여성들이 남성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영구적 변화의 신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1승 1패를 기록 중인 이란은 오는 26일 오전 3시 포르투갈과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와 별도로 온라인에서는 이란 여성의 축구 관람을 주장하는 운동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 첫 경기인 모로코전에서 20년 만에 승리를 거둔데다, 정치ㆍ종교 체제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1월부터 여성의 축구경기장 출입을 허용하면서 이런 여론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SNS에서는 ‘이란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지지해 달라’는 뜻의 ‘NoBan4Women’ 해시태그가 줄을 잇고 있다. 앞서 이란과 모로코의 조별예선 1차전이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에 '이란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지지해 달라(Support Iranian women to attend stadiums)'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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