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를 감리한 금융감독원에 과거 회계장부까지 살펴 기존 조치안을 보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증선위는 2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2015년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판단 변경에 대한 지적 내용과 연도별 재무제표 시정 방향이 더 구체화될 수 있도록 원래 조치안을 보완해 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자회사를 세운 2012년부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해 지배력이 있다고 보고 지분율 만큼 손익을 반영하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왔는데, 과연 이 같은 회계처리가 타당했는지 금감원에 추가로 살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것은 고의 분식에 해당한다는 조치안을 증선위에 제출했다. 삼성바이오가 공동투자회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진 점을 이유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고 다시 이를 빌미로 회사 가치를 시가로 매겨 자회사 기업 가치를 종전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조정한 것은 고의 분식에 해당한다는 게 골자였다.
증선위의 이러한 요청에 금감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증선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짧은 시간 안에 금감원이 2012~2014년 회계장부를 새로 검사해 수정 조치안을 제출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금감원이 감리 과정에서 과거 장부도 살폈기 때문에 수정안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내달 4일 예정된 4차 회의에 이어 추가 임시회의를 통해 되도록 7월 중순까지 삼성바이오 분식혐의 안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삼성바이오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금감원이 2015년 회계장부만 검토해 고의 분식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는 데도 1년 가까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10여일 만에 2012~2014년 3개 연도 회계장부를 조사해 고의 분식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바이오가 애초부터 자회사에 대해 지배력이 없다고 보고 회계처리를 해야 했다는 식으로 결론이 나면 이는 고의로 분식을 저지른 게 아니라 과실일 가능성이 더 커지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가치를 시장가치로 매긴 부분은 여전히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통상 과거 잘못된 회계장부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자산을 재평가할 땐 취득원가 등 상황을 소급하는 방식을 쓰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김경률 참여연대 회계사는 “삼성바이오가 2012년부터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했다면 시가로 평가할 수 없는데 삼성바이오는 2015년 자회사 가치를 새로 매기면서 시가로 평가했다”며 “이는 회계법인이 과거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때 쓰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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