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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令 안 설 포스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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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令 안 설 포스코 회장

입력
2018.06.20 18:41
수정
2018.06.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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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막바지 회장인선 절차에 일제히 십자포화 “부실 책임 사외이사가 혁신 이끌 CEO 뽑는 건 어불성설” “정권 입김 사라지니 ‘포피아’가 포스코 사유화 시도” 날 선 공격 해법도 민주당 “선임절차 중단” 정의당 “다시 해야” 민평당 “포스코 출신 돼야” 제각각 포스코의 ‘비공개’ 선임 진행도 세간 의심 키워 누가 회장 돼도 의혹 안고 출발할 우려
권칠승(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 CEO 승계카운슬 잠정 중단 촉구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권칠승(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 CEO 승계카운슬 잠정 중단 촉구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재계 6위 포스코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후보 선임 절차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유례없는 진흙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회장 선임과정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겠다며, 그동안 거리를 두던 여야 정치권이 서로 다른 이유와 해법을 내세우며 연일 후보 선정과정을 공격한다. 공정성을 명분으로 비공개 선임절차를 고수하고 있는 포스코의 자세도 ‘밀실 논란’ ‘음모론’을 부추긴다. 포스코가 이달 안에 최종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대로라면 누가 차기 회장이 돼도 의혹과 상처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여야 3당은 일제히 포스코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권칠승 원내부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포스코의 회장선임 절차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부실 경영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포스코를 혁신해야 할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하려고 한다”며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현재 회장 후보 선임 절차를 주관하고 있는 포스코 CEO 승계 카운슬을 겨냥한 말이다. 카운슬은 권오준 회장 시절 임명된 5명의 사외이사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이 새 회장을 뽑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19일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포스코를 비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몇몇 사람이 밀실에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혹이 있는데 국민의 기업을 이렇게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정의당은 포스코의 ‘내부 권력’을 겨냥했다. 추혜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이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이른바 포피아(포스코+마피아)가 ‘우리 마음대로 회장을 뽑으면 된다’고 오판한 채 포스코 사유화를 지속하려 한다는 의혹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아예 포스코 회장선임 절차 재실시를 요구했다.

포스코 제철소가 있는 전남 광양시를 지역구로 둔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은 “포스코 출신 회장이 선임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항간에선 현 정부 실세와 연관이 있는 몇몇 외부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외부 인사는 회장이 돼도 업무 파악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등 오히려 ‘CEO 리스크’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에 여야 정치권이 동시에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건 유례없는 일이다. 특히 정의당은 기자회견에서 잠재 후보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불가론’ 공세를 펼쳤다. 가령, 현재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조석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은 MB정부 자원외교의 장본인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과거 근무경력까지 들추며 부적격을 주장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10년에 걸친 정준양, 권오준 회장 시절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라면 포스코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얘기다.

정치권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벌인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회장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한 권칠승 의원은 “이런저런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홍영표 의원 측은 “권칠승 의원을 지원 사격한 차원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도 말했다.

포스코 측의 선임절차 비공개 원칙이 오히려 잡음을 키우는 요인이란 지적도 있다. 이날 5명으로 후보군을 좁히기로 한 포스코는 그간 선임 과정에서 후보 명단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또 이달 들어 애초 8명으로 밝혔던 외부 후보를 추가로 11명까지 늘려 재심사해 뒷말을 사기도 했다.

포스코 승계 카운슬은 “후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건 후보자의 명예와 공정성, 불필요한 외압, 후보 간 갈등 등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일체의 의혹과 외압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추혜선 의원이 이날 “후보 선정 기준이나 절차가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이른바 ‘깜깜이 인선’에 대한 비판은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역대 회장은 그간 거의 예외 없이 정권이 바뀐 뒤 얼마 안 돼 중도퇴진을 되풀이해 왔다. 지난해 초 연임한 권오준 회장도 올 들어 경영의욕을 불태웠지만 지난 4월 돌연 사의를 표했다.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투명한 절차로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또다시 온갖 구설에 휩싸이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라면 누가 회장이 되어도 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힘 있게 조직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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