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에 걸친 두 차례의 내전 끝에 2011년 7월 주권국으로 독립한 아프리카 남수단. 그러나 소떼와 초지를 둘러싼 종족 간 분쟁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각 마을마다 ‘기습과 방어’를 위한 소규모 무장조직을 갖추게 된 건 당연했다. 그런데 독립 2년여 만인 2013년 12월 남수단 종족 규모 1, 2순위인 딩카족과 누에르족의 권력투쟁으로 또다시 내전의 수렁에 빠지면서 부족들 간 충돌 양상도 바뀌었다. 단순한 가축ㆍ토지 쟁탈전을 넘어, 잔혹행위와 학살이 종종 자행된 것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보고서가 전하고 있는 남수단 내전의 한 단면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 지역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지역 공동체에 기반을 둔 ‘토착 무장세력’의 급부상이 국제사회 및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 구성 원리나 규율 체계 등이 기존의 대규모 반군 무장단체들과는 판이한 만큼, 전쟁범죄 예방과 부상자 구호를 위한 대응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ICRC 보고서를 인용한 뉴욕타임스(NYT) 매거진 보도에 따르면 국가 간 전쟁이 아닌 무력분쟁, 다시 말해 ‘내전’은 2001년 30건 이하에서 2016년 70건 이상으로 15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절반 이상에서 2~9개의 반군 조직이 등장하고, 10개 이상의 단체가 개입된 경우도 22%에 달한다. 특히 수백 개의 무장조직이 관련된 분쟁도 있는데, 2011년 리비아 도시 미스라타에서 벌어진 분쟁에는 236개의 크고 작은 무장단체가 개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시리아의 경우 무려 1,000개를 웃도는 무장분파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중앙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비(非)국가 무장단체(nonstate armed group)’의 급증이다. 앞서 언급한 남수단의 지역공동체 기반 민병대가 대표적이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이슬람급진 반군 ‘안사르딘’,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에서 떨어져 나온 ‘서부아프리카의 동일과 지하드를 위한 운동(MUJAO)’ 등도 탈집중화한 무장조직으로 꼽힌다. ICRC 고문인 브라이언 맥킨은 “지난 70년보다 최근 7년간 출현한 무장단체가 더 많다”며 “이들 새로운 조직은 모두 각각의 방식으로 구성됐는데, 그 복잡성은 측정조차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조직의 결합 정도가 느슨하고, 하향식(top-down)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정도가 공통점이다.
문제는 이들 무장단체 대부분이 너무 영세해 제네바협약, 교전수칙 등 최소한의 전시 윤리적 규범을 준수할 수준과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고사령관을 상대로 설득하는 기존 방식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분쟁 전문가인 클리어나드 랄레이 영국 서섹스대 교수는 “우리는 높은 수준의 파편화를 보고 있다. 폭력을 둘러싼 규칙, 질서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NYT 매거진은 남수단 사례와 관련, “지역공동체를 지키던 민병대들이 ‘딩카족 대 누에르족’의 대리전 속에서 무제한의 폭력을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접근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별 조직의 문화적 특수성에 맞춘 설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딩카족 남성이 원래 레슬링 규칙으로 알고 있는 ‘약자인 여성과 노인, 어린이와는 겨뤄선 안 된다’는 인식을 전쟁규칙 교육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ICRC는 “무장단체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국익보다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공동체에 충성심을 갖고 있다”며 “이런 전제를 갖고 ‘억제의 문화’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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