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간 지체 및 선수들간 감정다툼의 핵심 요인으로 꼽혔던 눈속임 반칙과 판정 항의, 거친 플레이가 2018 러시아월드컵 무대에선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심판 눈을 피해 상대 선수를 가격하는 비신사적 행위나 부상을 부르는 거친 플레이가 줄다 보니 선수간 다툼도 줄고, 논란이 생길법한 주심 판정엔 빠른 비디오판독(VARㆍVideo Assistant Referee)으로 명확한 결론이 나오니 선수들의 판정 항의도 덩달아 감소한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국내 심판 관계자들은 ‘VAR 나비효과’라고 분석했다. 권종철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오심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VAR 제도지만, 감시의 기능도 더해져 사각지대에서의 부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도 생겼다”고 했다. 경기장마다 설치된 33대의 카메라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니 판정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억울한 판정도 줄어들어 불필요한 항의도 않는 것이란 해석이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상점에서 도둑질을 꿈꾸기 어려운 심리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15일(한국시간) 개막한 이번 대회에선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산체스(32ㆍ에스파뇰)가 핸드볼 파울을 범해 퇴장 당한 19일 일본-콜롬비아전 이전까지 퇴장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개막 후 14경기 동안 퇴장 선수가 없었던 건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처음으로, 초반 14경기 동안 각각 4명과 3명이 퇴장 당한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대회에 비해 확연히 낮아진 수치다. 조별리그 1차전 전 경기를 통틀어 골 상황에서의 오프사이드 논쟁이나 선수간 폭행도 없었다. 강창구 프로축구연맹 심판 평가관은 “VAR 도입으로 인한 유ㆍ무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라며 “지능적인 반칙도 전술의 일부라 여겨졌던 그릇된 과거 인식은 점차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심판 관계자들은 다만 VAR로 인해 경기 흐름이 되레 끊기거나, 안일한 원심 판정을 내리는 역기능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스웨덴전 당시 VAR 판정을 진행하며 한국의 빠른 공격 흐름을 끊은 호세 아길라르(엘살바도르) 주심 사례가 대표적이다. 권 전 위원장은 “월드컵 무대에 설 수준이라면 김민우의 파울 정도는 원심에서 확정했어야 한다”며 “심판들도 VAR 판정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id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