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11호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일제가 덧바른 콘크리트를 벗고 다시 태어났다. 20년간의 보수 공사 결과다. 백제 무왕 40년인 639년 석탑을 올린 지 1379년만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일 말끔해진 미륵사지 석탑을 언론에 공개했다. 안정성 문제로 해체 수리가 결정된 건 1999년. 2001년부터 모조리 해체한 뒤 6층으로 다시 쌓았다. 국내 단일 문화재로는 가장 긴 보수 공사를 거쳤다. 원래 몇층이었는지가 명확히 고증되지 않아, 형태가 남은 6층까지만 복원했다. 7층 혹은 9층이었다는 설이 있으나, 추정을 바탕으로 더 높이 올리면 석탑의 역사성을 왜곡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수된 석탑은 높이 14.5m, 너비 12.5m에 무게는 1,830톤이다. 탑의 원래 부재가 81% 재사용됐고, 나머지 부분엔 익산에서 나는 화강암인 황등석을 썼다. 사업비 230억원이 들었다.
석탑은 2,800개가 넘는 석재를 목탑처럼 짜 맞춘 구조다. 백제 불탑 양식이 목탑에서 석탑으로 바뀐 과정을 보여 주며, 한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된 석탑이다. 동아시아에서도 가장 크다. 16세기쯤 벼락을 맞아 반파된 뒤 방치됐고, 1915년 일제가 콘크리트로 보수했다. 치석 제거 기구 등으로 세밀하게 걷어낸 콘크리트가 185톤 분량이다. 2009년 1층 내부 돌기둥(심주석)에서 사리장엄구(사리를 담은 용기)가 나와 건립 연대와 창건 배경 등이 밝혀졌다. 출토된 유물 중 일부를 복제해 심주석 윗부분에 심었다.
석탑을 에워싼 가설 시설물을 연말까지 철거하고 나면 일반에 공개된다. 준공식은 내년 3월에 열린다. 이번에 보수를 마친 석탑은 미륵사지의 석탑 3기 중 서쪽 터의 탑이다. 1992년 보수한 동쪽 탑은 9층짜리로, 마구잡이로 보수했다는 비판을 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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