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SKㆍGS 주유소가 ‘스타트업’(신생 밴처기업)을 돕는 ‘사회적 가치’ 확산 기지 역할도 맡는다.
업계 1ㆍ2위인 SK에너지ㆍGS칼텍스는 C2C(소비자간 거래) 기반 택배 집하 서비스 ‘홈픽’을 양사 주유소에서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달부터 서울에서 시행한 뒤 9월 중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홈픽은 소비자가 택배를 접수하면 물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중간 집하업체가 1시간 이내에 신청자를 방문해 물품을 거점 주유소로 옮기고, 이를 택배회사가 배송지에 전달하는 서비스이다. 주유소를 중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물품 발송부터 수령까지 고객의 택배 접수ㆍ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는 C2C 택배의 단점을 해결한다. 택배회사는 집하 부담과 배송시간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무거운 택배 물품을 우체국이나 편의점까지 들고 가는 수고를 덜 수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절반씩 주유소를 제공한다.
홈픽은 지난 4월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협력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협력 연구를 시작한 뒤 나온 첫 번째 결과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국에 있는 주유소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사업기회로 모색하는 데 두 기업이 협력하기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다.
이를 통해 주유소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류 판매나 세차 등 제한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던 주유소에 남는 공간을 활용해 물류 기능을 추가하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가 우후죽순 생기고 과열 경쟁이 심해지면서 2013년 전국 1만2,687곳이던 주유소는 지난해 1만1,996곳으로 오히려 줄었다. 업체별로 보면 SK에너지는 주요 정유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주유소(지난해 기준 3,680곳ㆍ30.7%)를 갖고 있다. 이어 GS칼텍스(2,522곳ㆍ21.0%), 현대오일뱅크(2,202곳ㆍ18.4%), 에쓰오일(2,111곳ㆍ17.6%) 순이다.
주유소 업계 1ㆍ2위 기업의 이 같은 협력 실험은 최근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생 경제’와도 맞물려 있어 특히 시선을 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때마다 설파해왔다. 허 회장 역시 “상생 경영을 통한 건전한 경제 생태계 구축에 힘쓰자”고 강조해왔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주유소 외에 양사가 보유한 다른 자산을 대상으로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 갈 방침이다. ▦스타트업과의 상생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 ▦공유경제 확산 등이 목표다. GS칼텍스는 “공유경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동참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업종에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활용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안받은 SK에너지는 현재 주유소의 남는 공간을 활용한 간편 조리식 공급ㆍ배송, 세탁물 접수ㆍ수령 등의 사업 등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혁신방향 검토 태스크포스(TF)인 위디아 팀에서 스타트업과 만나 일자리 창출과 공유경제 확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위디아(we+dea)는 ‘우리가 더하는 아이디어’란 뜻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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