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선 공 점유율, 패스 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20일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이 모두 최소 1경기씩을 소화했다. 20일 러시아-이집트전까지 지금까지 치러진 17경기를 분석해본 결과 그간 승부에 중요 요인으로 생각돼 왔던 공 점유율과 패스 수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세르비아-코스타리카전(50%-50%)을 제외한 16경기는 공 점유율에서 우열이 나뉘었다. 하지만 그 16경기 중 점유율에서 우위에 섰던 팀이 승리한 것은 7경기뿐이었다. 점유율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막전인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사우디는 점유율에서 60%로 러시아(40%)를 압도했지만 결과는 0-5 완패였다. 아르헨티나도 아이슬란드전에서 점유율 72 : 28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1대 1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2000~2010년대 초반까지 세계 축구계의 트렌드였던 ‘티키타카 축구’가 점점 의미를 잃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티키타카는 짧은 패스를 연결하며 주도권을 쥐고 득점하는 전술을 의미한다. 패스에 능한 미드필더들이 중원에서 공을 돌리면 상대가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집중력을 잃게 되고, 이 틈을 노려 전방으로 패스해 득점으로 연결하는 형태다. 하지만 러시아월드컵 17경기 가운데 패스를 많이 한 팀이 승리한 경기는 7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대회 아시아 국가 첫 승을 올린 이란은 패스 회수가 194개에 불과했지만 433번의 패스를 한 모로코에 1-0으로 승리했다. 멕시코가 1-0으로 승리한 독일전(281개-595개), 세네갈이 2-1로 승리한 폴란드전(328개-552개) 등도 마찬가지다.
결국 의미 없는 공 돌리기로 얻어낸 점유율과 패스 수 등 수치보다는 강력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역습 기회에서의 확실한 마무리 등 실속 축구가 이번 월드컵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