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남경필 지사의 역점사업인 북부 테크노밸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분양 리스크를 과도하게 떠넘겼다며 해당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남지사가 물러나고 이재명 당선인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지자체들이 일제히 협약 변경을 요구하고 나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자체들은 자신들이 100% 사들여야 하는 미분양 물량을 도가 분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3월 고양시 대화동 80만㎡부지를 1차 경기북부(고양)테크노밸리 사업지로 확정했다. 7,121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첨단 지식산업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같은 해 10월 양주와 구리ㆍ남양주시 2곳을 2차 ‘경기북부 테크노밸리’ 부지로 확정했다. 1년 동안 비슷한 형태의 대규모 테크노밸리를 3개나 만들기로 한 것이다.
구리 테크노밸리는 29만2,000㎡부지에 1,711억원을 들여 2026년까지 지식산업단지와 주거ㆍ복합단지로 개발된다. 양주 테크노밸리는 55만5,232㎡ 터에 2,635억원을 투입, 2025년까지 섬유ㆍ패션 특화 산업단지로 개발키로 했다. 북부 테크노밸리에 무려 1조2,000억원을 쏟아 붓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경제적 파급을 기대하며 사업을 끌어왔다. 도와 투자지분을 나눠 공동 시행자로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다. 그러나 대규모 테크노밸리가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자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분양 업무 용지를 100% 사들여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재정 손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협약에는 ‘준공 3년 내 분양이 안 된 경우 해당 지자체가 유상 매입한다’고 돼 있다.
안승남 구리시장 당선인은 “테크노밸리와 유사 사업이 경기도에 14개나 추진 중인데, 자칫 미분양 전량을 매입을 해야 한다”며 “시 재정 보호를 위해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열 고양시의원은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 시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고양시에 협약 변경을 요청했다. 양주시도 “재정여건이 지자체에 미분양 물량을 100%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도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따냈다가 뒤늦게 미분양 공포에 떠는 분위기로 읽힌다. 애초 공모 점수에 ‘미분양 해소방안’이 반영되면서 지자체가 울며겨자먹기로 ‘미분양 100% 매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준공 후 3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지자체가 우려하는 미분양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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