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을 주도한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이 해당 공작의 대상 중 하나였던 이정희(49) 전 통합진보당 대표(당시 대선 후보)에게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7단독 권순건 판사는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원 전 원장은 2012년12월7일부터 이날까지 연 5% 이자, 배상금을 다 갚는 날까지 15%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거기에 소송비용 중 3분의2도 원 전 원장이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권 판사는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이뤄진 국정원 직원들의 글 등은 표현의 형식이나 내용이 모두 모욕적이고 경멸적 인신공격에 해당돼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 자격이 아닌 국가정보기관 수장으로 직원들을 이용해 일반인인 것처럼 인격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점에서도 통상적인 사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대선 기간 원 전 국장이 국정원 직원에게 인터넷 여론전을 지시해 명예를 훼손하도록 교사했다며 2013년 3월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소송은 2013년 7월에 첫 재판이 열린 후 약 5년 간 10번의 재판 끝에 이번에야 1심이 종결됐다.
당시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이 게시한 트위터 글 등에 이 전 대표와 통합진보당에 반대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은 정치개입 및 불법 선거운동 혐의가 인정돼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이 확정됐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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