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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산양은 염소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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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산양은 염소가 아니에요

입력
2018.06.20 15:22
수정
2018.06.2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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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절벽을 주요 서식지로 삼고 사는 산양의 발굽은 체구에 비해 작지만 강력한 고무와 같은 접지력을 가지고 있다. 뿔을 비벼 영역표시를 하므로 수컷은 암컷에 비해 뿔이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바위절벽을 주요 서식지로 삼고 사는 산양의 발굽은 체구에 비해 작지만 강력한 고무와 같은 접지력을 가지고 있다. 뿔을 비벼 영역표시를 하므로 수컷은 암컷에 비해 뿔이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염소가 산양이 맞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 살고 있던 산양을 가축화한 것이 염소라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멧돼지가 가축화된 것이 돼지인 것처럼요. 즉, 염소와 산양은 동일한 것이고, 가축화된 것은 일반적으로 염소라고 불린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잠시 인용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양, 면양, 산양, 염소, 흑염소, 유산양 등 다양한 단어들을 마구 혼동하여 사용합니다. 하지만 정말 염소가 산양이 맞는지 하나씩 찬찬히 뜯어볼까요?

우선 산양과 염소의 과거 기록은 어떠했을까요?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151~153권에서는 영양각(羚羊角), 세조실록 36권에서는 산양피(山羊皮), 성종실록의 여러 권에서는 산양피, 산양각(山羊角)이 여러 번 나옵니다. 산양과 영양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는군요.

자넨이라는 품종의 흰염소. 우리나라에는 유산양으로 알려져 있지만 염소의 한 품종에 불과하다. 픽사베이
자넨이라는 품종의 흰염소. 우리나라에는 유산양으로 알려져 있지만 염소의 한 품종에 불과하다. 픽사베이

반면 염소는 태종, 성종, 명종, 영조 및 순조실록 등에는 ‘새끼 양’이라는 뜻의 고(羔)라는 한자와 더불어 고양(羔羊)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아마 양(羊)과 구분하기 위해 고양(羔)이라고 썼던 듯 싶습니다.

그럼 염소라는 단어의 어원은 어떨까요? 사실 아직도 아리송합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따르면 ‘염소’의 어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염소’의 15세기 형태는 ‘염’입니다. ‘염소’는 소(牛)과에 속하는 동물인데, 이런 이유로 ‘염’에 ‘쇼(牛, 15세기에는 소를 쇼로 사용)’가 결합된 것이 ‘염소’랍니다. 물론 ‘수염 염(髥)’에 ‘소’를 붙여 염소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급 우유처럼 팔리는 산양유는 유산양이라는 녀석이 만들어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유산양은 하얀 염소입니다.(▲관련 링크

) 이 흰염소와 산양은 어떤 관계일까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유산양도 그냥 염소입니다. 소에도 한우가 있고 젖소(유명한 품종으로 홀스타인이 있죠)가 있는 것처럼 염소에도 흑염소와 젖을 주로 짜는 흰염소(유명한 품종이 바로 자넨이라는 종입니다)가 있죠. 이 흰염소를 유산양으로 부르고 그 젖을 산양유라 부름으로써, 우리나라 야생 산양과의 혼동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필자가 지난해 방문한 부탄의 히말라야산양. 우리나라 산양의 사촌뻘이다. 야생동물을 해하지 않는 관습을 가진 부탄에서는 산양을 거리감 없이 볼 수 있다.
필자가 지난해 방문한 부탄의 히말라야산양. 우리나라 산양의 사촌뻘이다. 야생동물을 해하지 않는 관습을 가진 부탄에서는 산양을 거리감 없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산양(Amur goral, long-tailed goral)은 염소가 아닌 Nemorhaedus caudatus raddeanus라는 동물의 아종입니다. 산양의 속명은 작은 숲(grove)이라는 뜻의 라틴어 ‘Nemus’와 작은 염소를 뜻하는 ‘haedus’에서 나왔습니다. 종명 caudatus는 꼬리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 산양이 긴 꼬리를 가지고 있어 붙여진 학명입니다. 아종명인 raddeanus는 독일 자연사 학자인 구스타프 페르디난드 리차드 라데(Gustav Ferdinand Richard Radde)를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산양의 영명인 ‘goral’은 인도 동부지역의 토착어에서 유래하였죠.

멸종 위기종 1급이며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산양에게는 깎아 지르는 암벽지대가 생존에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러시아 연해주 지방 시호테알린 해안선 부근과 중국의 일부 지역 외에도, 설악산이나 월악산, 태백산과 같은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산림지대를 포함하는 한반도의 동부산맥들이 산양 서식지의 최적조건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죠.

워낙 한 자리를 고집하는 습성이 있는 종인지라, 밀렵에 취약하고, 간혹 발생하는 폭설과 춘궁기 먹이부족에 의해 폐사가 일어납니다. 근래에는 로드킬도 보고가 되고 있어 또 하나의 위협요인이 되지 않을지 고민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막고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늦겨울부터 정기적 순찰을 통해 눈에 고립되거나 탈진한 산양을 구조ㆍ보호하는 업무도 추진 중에 있어 한편 다행이기도 합니다.

국립생태원에서 지난 5월 23일 태어난 수컷 산양. 어미 옆에 바싹 붙어 다닌다.
국립생태원에서 지난 5월 23일 태어난 수컷 산양. 어미 옆에 바싹 붙어 다닌다.

특히 한국은 군사분계선으로 인해 육상포유류의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기에 북한의 산양 개체군과 왕래가 한동안 끊겼던 것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불어오는 남북간 훈풍이 이러한 야생동물의 고립문제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사족이지만, 최근 국립생태원에서도 국립공원에서 인계 받은 산양이 건강한 수컷 새끼를 낳은 경사가 있었습니다. 큰 귀에 단단한 듯 굽어 오른 작은 뿔을 가진 산양을 보러 충남 서천군에 있는 국립생태원으로 나들이 오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글ㆍ사진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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