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을 따라 뱅글뱅글 돌아가는 밀가루 반죽이 흡사 저글링 같다. 머리 위로, 무릎 사이로 쉴새 없이 돌아다닌 반죽은 3분도 안 돼 종잇장처럼 펼쳐진다. 얇은 반죽을 다리 사이에 이리저리 던져도 찢어지지 않는, 곡예에 가까운 묘기를 부린 이 사람은 이탈리아 요리사 파스콸리노 바바소(45). 시칠리아 출신의 그는 피자 월드 챔피언십 아크로바틱 도우 퍼포먼스 부문에서 2001~2002 2년 연속 우승한 ‘피자 달인’이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26일까지 피자 묘기와 이탈리아 피자를 선보인다. 19일 호텔의 이태리식당 일폰테에서 만난 파스콸리노는 “2년 전 제주를 방문한 적 있다. 시칠리아가 딱 이탈리아의 제주도 같은 곳이라 더 정감이 갔다”고 말했다. 서울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말처럼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본토에서 떨어진, 제주도 14배 크기의 섬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건 당연지사. 질 좋은 와인과 치즈, 올리브와 레몬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파스콸리노의 아버지는 1977년 이곳에 피자 가게를 열었고, 파스콸리노는 10대 때부터 이 가게 웨이터로 일했다. 1996년 “주방에 들어간” 그에게 “피자 만드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지역별로 특화된 피자 식재료와 제조법을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몇 년 후 로마에 있는 피자 학교를 다녔다.
“아크로바틱 도우 퍼포먼스를 연습한 것도 이때부터였죠. 허공에 돌려 만든 도우가 손가락으로 눌러 만든 도우보다 발효된 부분의 파괴가 적거든요. 일반 피자를 만들 때도 꼭 허공에 돌려 도우를 만들죠.”
기술이 손에 익자 피자 월드 챔피언십에 도전했다. “챔피언십 끝나고 식당에 돌아오니 유명 인사가 돼있더라고요. 제가 사는 카마라타는 1만 명쯤 사는 정말 작은 마을인데, 피자 맛보겠다고 외지에서 찾아온 손님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이렇게, 초청을 많이 받게 됐죠. 요즘도 한 달에 두 번 꼴로 해외 도시를 방문해요.”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나폴리 피자 제조법과 시칠리아 피자 제조법의 차이는 뭘까. “나폴리 피자는 이탈리아에서도 별식”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탈리아 피자의 특징은 좋은 재료를 쓰고 짧은 시간에 구워낸다는 거예요. 화덕에 1분을 구우면 부드럽고, 2~3분을 구우면 바삭한데 대부분 지역에서 2분 이상 구운 바삭한 피자를 선호해요. 나폴리 피자는 이보다 짧은 60초에서 90초를 굽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데 이게 별식인 거죠.” 해산물을 듬뿍 넣는 시칠리아 피자 역시 바삭한 식감을 살린다.
퍼포먼스를 펼친 반죽으로 만든 피자를 맛 볼 수 있는 거냐는 질문에 깔깔 웃음부터 쏟아낸다. 퍼포먼스용 피자 반죽은 소금을 듬뿍 넣어 차지게 만들기 때문에 실제 요리로 내놓지는 않는다고. 대신 파스콸리노의 시칠리아 레스토랑 ‘팔코 아추로’에서 파는 일곱 가지 피자를 직접 만들어 선보인다. “피자 가게에서 일하는 건 빵 가게에서 일하는 것과 완전히 달라요. 손님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피자를 만들어 굽죠. 매일 즐거운 얼굴을 마주하는 건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사랑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