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본부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분쟁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시공사로 선정된 계룡건설의 입찰 자격 등을 문제 삼아 정부 분쟁조정기구에 이의를 제기했던 삼성물산이 이의 신청을 철회하고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19일 삼성물산, 한은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날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계약분쟁조정위)에 한은 공사 입찰과 관련해 청구했던 분쟁조정을 취하했다. 당초 계약분쟁조정위는 이날 공사분야 소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어 이번 청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조달청이 실시한 한은 공사 입찰에 참가했던 삼성물산은 계룡건설이 낙찰 예정자로 결정되자 이에 반발해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취하 이유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무원이 위원 다수를 차지하는 계약분쟁조정위 구성상 같은 정부기관인 조달청에게 불리한 청구 수용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고 말했다. 계약분쟁조정위 위원은 총 15명으로, 위원장을 제외한 14명 중 8명은 정부위원, 6명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정부위원은 각 부처 국장급 인사가 맡도록 관련법에 규정돼 있다.
삼성물산은 한은이 분쟁조정 기간 동안 중단했던 계룡건설과의 계약 협의를 재개할 경우 계약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고 본안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룡건설의 입찰 자격이나 조달청의 개찰 과정에 문제가 있는 만큼 한은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낙찰 결과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은 삼성물산의 청구 취하로 분쟁조정 절차가 종료된 만큼 계룡건설과 계약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유권해석을 구하거나 소송에 나선다면 모를까, 중립적 입장에 있는 우리가 나서서 다른 판단을 구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소송전이 현실화할 경우 창립 70주년인 2020년에 맞춰 새 단장한 본부 건물에 입주하려던 한은의 당초 계획은 어그러질 전망이다. 한은이 임시로 빌려 쓰고 있는 서울 중구 삼성본관 사무실 임대료(월 13억원 수준) 지불 기간이 늘어나면서 혈세 낭비 논란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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