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2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일주일 만에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한미가 8월로 예정됐던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유예키로 결정했고,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경우 북미 협상은 한 고비를 넘게 된다. 다만 ‘선(先) 한미 연합훈련 중단, 후(後) 비핵화 조치’라는 북미 합의는 적대행위 중단과 관련된 북한의 추가 공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해 향후 북미 협상 과정에서 뇌관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남북미, 훈련 중단과 비핵화 조치 교환 공감대한미 군 당국은 19일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유예(suspend) 결정 사실을 발표했다. 어디까지나 북한의 후속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조건부 중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을 중요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협상이 진행되는 한 한미 정부의 결정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훈련을 중단한 데 따라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남ㆍ북ㆍ미 간 공감대가 있었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훈련을 중단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그치는 의미”라며 “조만간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미는 특히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도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FE)훈련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유예 또는 중단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北, 소규모 한미훈련도 문제 삼을 가능성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하기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992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수용하며 한미는 당시로서 최대 규모의 훈련이었던 팀스피릿 훈련을 일시 중단했다 북한의 약속 위반을 이유로 재개한 경험도 있다.
이 같은 전례를 볼 때 이번 훈련 유예 조치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훈련 유예가 전세계가 지켜본 가운데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의 첫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북한도 조만간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내놔야 한다. 하지만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비핵화 프로세스 동력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UFG를 비롯해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같은 대규모 훈련 외에 쌍용훈련이나 비질런트에이스 등 비교적 소규모 훈련을 북한이 문제 삼을 여지를 우려했다. 전직 고위 외교 관리는 “북한이 처음부터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한미 간 이뤄지는 다양한 규모의 훈련에 반발하는 형식으로 비핵화 협상 판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 파국 시 판문점 선언에도 불똥 튈 우려일각에선 남북관계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ㆍ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군사적 충돌과 긴장의 근원이 되는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전쟁으로 규정하고 계속 반발해온 북한으로선 판문점선언 상 ‘일체의 적대행위’에 한미 훈련이 포함됐다는 주장을 하며 계속 딴지를 걸 수도 있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향후 북한 비핵화 조치 불이행으로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될 경우 북한은 판문점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근거로 남측에도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 상승의 책임을 씌우려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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